[김대복 박사의 한방 이야기] 54. 데이트 훼방꾼 입냄새, 사랑과 구취
[김대복 박사의 한방 이야기] 54. 데이트 훼방꾼 입냄새, 사랑과 구취
  • 김대복 한의학 박사
  • 승인 2020.10.29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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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냄새를 일으키는 질환은 다양하다. 입 냄새와 연관 있는 다양한 질환과 치료법을 김대복 한의학박사(혜은당클린한의원장)가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연애 전선에 먹구름을 끼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입냄새다. 무르익는 로맨틱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요인 중 하나가 구취다. 한참 호감을 보이던 연인에게서 입냄새가 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끌림이 있는 이성에게서 구취가 풍기면 연인 관계로 깊어지는 데 주저할 수 있다. 부부관계에서도 입냄새는 잠자리 배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구취는 연애와 사랑의 은밀한 변수가 된다.

​입냄새 스토리는 정치 현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나라의 측천무후는 아들 예종을 폐하고 스스로 황제가 된 여인이다. 서기 690년에 주(周)나라를 세우고 15년 동안 통치한 그녀는 노년까지 수많은 남성을 총애했다. 출세를 원하는 여러 남성이 수청을 자원했다. 걸출한 시인인 송지문도 그 중의 한 명이었다.

측천무후는 잘 생기고, 글 잘쓰고, 말 잘하는 송지문을 가까이 했다. 송지문은 측천무후의 남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연서를 쓰고, 그녀의 요강을 드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끝내 침실에는 들지 못했다. 이유는 입냄새 때문이었다. 이후 송지문은 정향나무를 입안에 머금고 그녀와 대화를 했다. 정향은 구취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측천무후는 그에게 잠자리를 허용하지 않았고, 송지문은 원하던 보직을 받지 못하고 주변인에 머물러야 했다.

​사랑과 인간관계의 변수인 구취의 상당 부분은 생리적으로 발생한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신진대사 과정에서 약간의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냄새가 극히 미미한데다 오랜 시간 익숙해진 결과로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또 생리적 구취는 시간이 지나면 절로 사라진다. 입냄새를 걱정하는 사람이 병원을 찾으면 대부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구취가 풍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다.

질환에 의한 구취가 아니면 특별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평소 생활 관리만 잘해도 구취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게 좋다. 입안이 건조하면 입에서 단내가 난다. 또 악취를 일으키는 세균 증식이 쉽다. 물을 자주 마시면 입안의 수분 보충과 함께 구강을 청소하는 효과가 있다.

음식물 섭취 후 칫솔질의 생활화도 바람직하다. 칫솔질은 하루 세 번이 권장사항이다. 양치 때는 치아를 닦는 것은 물론이요, 설태 제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설태는 물로 헹구듯이 제거하는 방법이 좋다. 음식은 천천히 섭취한다. 빨리 먹으면 제대로 씹지 않게 된다. 이 경우 타액 분비가 줄고, 위장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입냄새의 간접 원인이 된다. 음식을 천천히 오랜 시간 씹으면 타액 분비가 활발하고, 소화 작용도 촉진된다.

생활 습관 개선에도 불구하고 입냄새가 계속가면 질환에 의한 구취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구취 원인 진단은 의료인의 전공영역에 따라 시각차가 있을 수도 있다. 원인만 제대로 진단되면 치료는 수월한 편이다. 구취 원인을 제거함과 동시에 입냄새를 사라지게 하는 처방을 하면 된다. 입냄새는 난치병이 아닌 치료가 잘 되는 질환이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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