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종전선언, 왜 안 되나
[백세시대 / 세상읽기] 종전선언, 왜 안 되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10.30 13:43
  • 호수 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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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왜 종전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종전을 고하고 평화와 공존의 시대로 넘어가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휴전한 지 반세기가 훌쩍 넘었고 그동안 이렇다 할 전쟁 발발도 없었는데 왜 정전협정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을까. 도대체 누가 종전을 훼방 놓는 건가.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백두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각각 기념 촬영할 때만해도 종전이 금방이라도 될 듯 했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종전이란 말이 쏙 기어들어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다시 꺼내들면서 이런 의문점들이 꼬리를 물었다. 

종전을 애기하려면 정전협정부터 살펴보는 게 순서인 듯싶다. 정전협정은 6·25 전쟁의 정지, 평화적 해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한국에서의 적대행위와 모든 무장 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위해 미국과 북한, 중국 사이에 이뤄진 협정이다. 정식 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최대의 피해당사국인 한국이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통일을 원했던 이승만 대통령이 정전협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정전협정이 맺어지기까지 전쟁 와중에도 여러 차례 사전 회담이 있었다.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일어난 뒤 계속 되는 전쟁에 부담을 느낀 국제연합군과 공산군은 비밀 접촉을 거쳐 이듬해 7월 개성에서 첫 정전회담을 열었다. 이어 1952년 7월 개성에서 본회담이 시작돼 같은 해 10월 판문점으로 회담 장소를 옮겼으나 전쟁 포로 문제 등으로 인해 9개월 간 회담은 중지됐다. 그 후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미국 육군대장 마크 W 클라크와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화더이가 최종적으로 서명함으로써 협정이 체결되고 전쟁도 정지됐다. 실제 판문점에서 열린 협정식에는 국제연합군대표단 수석대표 미국 육군중장 윌리암 K 해리슨2세와 북한인민군 및 중국인민지원군 대표단 수석대표 북한인민군 대장 남일이 참석해 사인을 했다. 

정전협정은 영문, 한글, 한문으로 작성됐고 내용은 서언과 전문 5조 63항, 부록 11조 26항으로 이뤄졌다. 

남북은 국제사회에 유래가 없는 애매모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북이 남한 국민(박왕자)을 총으로 사살하고, 시신(공무원)을 불태워도, 개성공단 내 우리 측 건물을 폭파해도 그에 대한 법적 처벌과 손해배상, 재발 방지 등의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은 종전을 찬성하는 쪽이다. 김정은은 종전선언을 통해 미국의 적대적 행위 중단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싶어 한다. 중국도 종전선언에 굳이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서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북의 비핵화가 선행돼야 종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결국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종전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미루는 또 다른 배경에 중국과의 패권 다툼이 있다. 미국이 전쟁이 끝났다고 종전을 선언해버리면 한국 내 미군 주둔 명분이 사라진다. 미국으로선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군사적 요충지인 한국에 계속 미군을 주둔시켜야할 필요성이 있다. 

종전 선언을 하면 핵 보유 북한과 비핵 남한이 평화롭게 살아보겠다는 뜻이다. 이게 가능할까. 북은 핵보유국의 위상을 여러 방면으로 사용하고 있다. 멋대로 우리 국민을 살상하고 우리 재산을 파괴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은 “북한의 군사도발과 테러 행위의 두꺼운 기록들을 직시해야 한다. 종전을 선언하려면 비핵화 외에도 남북의 경계선 확정과 평화 관리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며 “외투를 벗으면 봄이 올 것이라고 믿는 건 넌센스”라고 말했다.  

종전선언! 대통령이 아무리 목소리를 높인다하더라도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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