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목구어 (緣木求魚)
물을 길어 숲을 짓는 일은 나무의 일
죽은 나무에서는 물소리 들리지 않는다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얻으려는 것만큼 헛된 것이 있을까.
누군가 금붕어를 사서 걸어두고 잊어버린 모양이다.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주인이 와서 찾아가지 않았다. 저 물고기들은 어떻게 될까. 저 비닐봉지 안이 세상 전부인 곳에 갇혀서 3초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그 사이사이 제 처지를 자꾸 잊으면서, 더 큰 세상을 염원하면서, 결국 물비린내마저 지워지고 나면…
나무에 매달린 물고기가 바다를 염원하는 것만큼 허황된 꿈이 있을까.
누군가의 손에 제 목숨이 달렸다는 것만큼 절박한 것은 없다. 장난으로 던진 돌팔매에 아무 까닭도 모른 채 개구리가 죽는다.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는 글귀가 오늘처럼 와닿은 적이 없다. 한 목숨을 책임지는 일을 가벼이 여기지 마라.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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