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노인교육은 노인복지의 중심 / 김동배
[백세시대 /금요칼럼] 노인교육은 노인복지의 중심 / 김동배
  •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 승인 2020.10.30 13:51
  • 호수 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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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인간은 노년기에도 계속 성장해

은퇴준비교육 등 노인교육 필요

보건‧복지‧심리상담 병행하며

자원봉사 기회를 제공한다면

더 효과적인 교육이 될 수 있어

‘인간이 언제까지 성장하는가’ 하는 것은 고령사회의 매우 중요할 질문이다. 과거에는 인간은 태어나서 일정 기간, 즉 청년기까지만 발달하고 그 이후엔 발달이 정지되거나 오히려 쇠퇴하는 것으로 여겼었다. 그러나 1950〜1960년대에 인간은 수태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신체, 심리, 사회적 측면에서 발달하고 변화해 간다는 전생애발달(life-span development) 이론이 등장하였다. 이에 바람직한 발달을 위해서는 노년기에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노년기는 더 이상 발달할 게 없는 인생의 끄트머리 부분이 아니라 앞으로도 미완의 발달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성장단계의 하나이다. 노인은 부정적으로는 사회문제의 대상이지만, 긍정적으로는 위대한 성취를 이루어 가는 존재이다. 노인교육은 노인이 직면하는 삶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고 원숙한 모습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도와준다.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며 100세를 넘어 사시는 김형석 교수는 인간은 75세까지 계속 성장하며, 죽을 때까지 그 성장한 모습을 연장해 갈 수 있다고 역설하였다.  

노인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노인은 새로운 것을 학습할 수 없다”라는 편견에 반대한다. 아니, 오히려 노인교육은 노인의 자립능력을 강화하기 때문에 노인복지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한국노년학회 회장인 한정란 박사는 「교육노년학」에서 노인교육의 목표를 6가지로 나누는데 노화에의 적응, 사회적응, 자기계발, 대인관계 확대, 능동적 삶의 고취, 자립과 사회참여 등이다. 모든 노인단체는, 그 설립목적과 규모가 어떠하든, 노년기 풍요로운 삶을 위해 회원들의 특성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항상 포함시키는 게 필요하다. 대상 노인이 노쇠현상이 심하고 병약해진 상태라 하더라도 그 상황에 맞는 교육이 있다.  

나는 그동안 몇 번에 걸쳐 노인교육에 관여한 경험이 있다. 우선, 노인학교 설립의 붐이 일었던 90대 초 개신교에서도 노인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관련자들이 모여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를 설립하였다. 연합회는 전국 교회에 노인학교(경로대학, 평생대학) 설치를 독려하면서 프로그램 개발과 지도자(목회자, 교사) 교육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주 1회 모여 종교집회, 특강, 친교 및 레크리에이션, 중식, 반별 활동, 연 1〜2회의 소풍 등 수업의 틀이 그때 만들어졌다. 교회 노인학교는 현재 전국 2000여 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참여자는 주로 70〜80대 노인들이다.  

90년대 중반 내가 재직하던 연세대 사회교육원에 한 학기 과정의 ‘은퇴준비교육과정’를 개설하였다. 은퇴준비의 6개 영역(건강관리, 재산관리, 여가선용, 인간관계, 주거선택, 죽음과 종교)에 관해 14회 수업을 하였다. 당시 대학에서 이런 주제의 과정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고학력자들이 많이 모였다. 참여자는 주로 60대 초반, 퇴직 전후에 있는 예비 노인들이었다. 나는 노년기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수료자들에게 ‘문화재보존 원로봉사단’이라는 특별반을 만들어 문화유적을 답사하며 봉사활동을 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2008년 내가 한국노년학회장으로 있을 때 신노년문화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그때 미국 장노년층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교육·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비영리기관인 로드 스칼러(Road Scholar) 대표자를 초청하였다. 과거 기관명이 엘더호스텔(Elderhostel)이었을 때는 참가자가 주로 노인이었는데, 노인과 청장년을 혼합해서 교육하기 위해 기관명을 바꿨다. 교육과 여행을 병행하여 지적 욕구도 충족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 교류가 일어나도록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 단체는 현재 150개국에 5500개의 교육·여행 코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1975년 설립 이래 45년간 600만 명이 참여하였다.    

지금은 내가 다니는 교회의 장노년층 신자들을 대상으로 신앙 안에서 풍요로운 제3의 인생 설계를 돕는 ‘50+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활동적 노화(active aging)’라는 개념을 근거로 하여 4개 영역(신앙인의 삶, 장노년기의 삶, 문학과 예술, 사명과 헌신)의 전문가를 초청해 12회 강의를 한다. 참가자는 50〜60대가 주축이다. 두 학기 과정으로서, 교회에서 하는 은퇴준비교육인 셈이다. 수강자와 수료자가 함께 자치회를 결성해 사회기여활동에 참여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노인교육은 노인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노인교육에 관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인교육이 그 효과를 더 잘 발휘하기 위한 제안을 하나 하고자 한다. 그것은 교육과 함께 보건, 복지, 심리상담 서비스가 병행되어 제공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년기는 대인 접촉과 대외 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삶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다. 노인들은 복지나 심리상담 서비스를 받기 위해 발걸음을 떼는 데는 주저하지만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큰 부담 없이 나선다. 친구들이 있고, 또 오래 다녀서 친숙해진 교육 환경에서 노인들에게 몇 가지 서비스를 병행해서 제공한다면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여건이 허락되는 노인들에게는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더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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