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돈 대한노인회 안성시지회 양성면 분회장 “저녁 식사 전 일기 쓰기, 67년간 빼먹지 않은 습관”
심상돈 대한노인회 안성시지회 양성면 분회장 “저녁 식사 전 일기 쓰기, 67년간 빼먹지 않은 습관”
  • 이수연 기자
  • 승인 2020.10.30 14:34
  • 호수 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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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이지만 꾸준히 기록… 날씨 일기는 농사지을 때 도움

경로당 회장직거쳐 분회장 맡아… 일기 쓰기와 봉사는 삶의 기쁨

매일 저녁먹기 전 하루를 정리하며 일기를 쓰는 심상돈 분회장의 모습.
매일 저녁먹기 전 하루를 정리하며 일기를 쓰는 심상돈 분회장의 모습.

[백세시대=이수연기자] "저녁 먹기 전에 꼭 일기를 쓰고, 밥을 먹는다. 정확히 67년간 그렇게 생활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경기 안성시 양성면 심상돈 분회장(84)은 저녁 식사 전 의식처럼 일기를 쓴다. 오늘 간 곳, 만난 사람, 한 일, 날씨 등 일기장에 모두 써내려간 후에야 숟가락을 든다. 

심상돈 분회장은 “먹고 사는 게 힘들어서 학교에 못 갔는데 당시 우리 동네 이장 보는 양반이 밤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한자를 가르쳤다”며 “열일곱 살부터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 공부했다. 그때 배운 글자를 잊어버릴까봐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매일 하루 돌아보며 일기 쓰기는 지금도 계속

처음엔 공책에 기록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농협에서 조합원들에게 나눠주는 농가영농일지를 받아서 쓰기 시작했다. 3년짜리, 5년짜리 농가영농일지에는 날짜, 날씨, 기온 등과 일기를 쓸 수 있는 칸이 있어 구분해서 쓰기 편리하다. 

대단히 특별한 일을 기록하는 게 아니다. 새벽에 밭에 나가 해야 할 일을 마치면 오전 10시나 10시 30분이다. 약속이 있는 날에는 친구들을 만나 점심을 먹고, 그렇지 않으면 집에 들어가 식사를 하고 볼일을 보러 나간다. 오후에는 대부분 게이트볼장을 찾는다. 매일 비슷하고 조금씩 다른 평범하고 단순한 일상을 단 몇 줄이라도 기록한다. 이러한 기록이 담긴 일기장이 심 분회장의 집에 차곡차곡 쌓였다. 

“아이들 학교 다닐 때 일기 쓰는 숙제가 있는데 매일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때 아이들이 내 일기를 보고 날씨를 베낀다. 매일 기록하니까 아버지 일기장을 보면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날씨는 심 분회장이 가장 신경 써서 기록하는 것이다. 한 해 농사가 잘되려면 계절의 변화에 알맞은 날씨가 중요하다. 비가 많이 오거나 가뭄이 온 해, 날씨 때문에 농작물에 피해가 온 해가 언제였는지 기록하다 보면 다음 해 농사에도 도움이 된다. 

심 분회장은 “가뭄이 들거나 태풍이 오는 게 매년 비슷한 시기다”며 “심상치 않다 싶으면 작년, 재작년 일기의 날씨를 보면 예측하는 데 도움도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정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꾸준한 습관과 봉사 정신이 행복한 노년기 만들어

심 분회장과 대한노인회와의 인연도 20년 가까이 이어졌다. 65세가 되자마자 명목1리 경로당 회장직을 맡은 심 분회장은 분회 총무직을 거쳐 분회장이 되었다. 일하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한다. 

“농사 지으면서 경로당 회장이나 분회장 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나에게는 손해일지 모르지만 늘 책임감 있게 임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 열심히 해줘서 우리 양성면 분회는 여느 분회 못지않게 운영이 잘 되고 있다. 함께 해결할 일이 있으면 서로 화합하고, 행사가 있으면 100% 참석해 자리를 빛내준다. 그런 면에서 모두에게 고맙다.”

심 분회장은 일기를 쓰고, 분회장으로 봉사하는 것이 돌아보면 즐겁고 떳떳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심 분회장은 “매일 하루를 기록하다 보면 내가 사는 이 세상을 원망하지 않게 되고, 즐겁게 사는 데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일기를 쓰고, 봉사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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