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특별기고]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
[백세시대 / 특별기고]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
  • 김영수 대한노인회 순천시지회장
  • 승인 2020.11.06 13:43
  • 호수 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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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대한노인회 순천시지회장
김영수 대한노인회 순천시지회장

[글=김영수 대한노인회 순천시지회장] 지난 10월 19일 회한에 찬 여순사건 합동 추념식이 72년 만에 여수, 순천, 구례에서 열렸다.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로 시작되어 27일까지 이어졌던 여순사건의 여진은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남겼다. 이후 72주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16·18·19·20대 국회에서 여순사건 특별법이 매번 발의되었으나 통과가 안 됐다. 그런데 특별법 안이 다시 발의됨으로써 전라남북도와 서부 경남 등에서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여순사건 특별법 안은 21대 국회에서 전남 유일의 법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소병철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 갑)이 대표 발의하였으며, 서동용, 주철현, 김회재, 김승남 등 전남 동부권 국회의원 5명이 공동 발의하였고, 152명의 국회의원이 서명했다. 

법안은 이렇게 전한다. “여순사건은 정부 수립 초기 혼란과 무력충돌 및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가슴 아픈 사건으로 공식 희생자가 1만1131명이지만, 훨씬 희생자가 더 많고 대상도 대부분 민간인이다. 발생 지역도 여수·순천뿐만 아니라 구례, 광양, 고흥, 보성, 경남 산청, 거창 등 37개 지역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하다. 이 사건으로 경찰 74명을 포함해 약 150명의 민간인이 살해당했고, 정부측 진압 군경에 의해 2500여명의 민간인이 살해당했다. 해방정국,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며 국가공권력에 의해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였던, 여순사건의 직·간접 원인이 됐던 제주 4·3사건은 지난 2000년 특별법이 제정되어 2014년부터 국가추념일로 지정되었고, 노근리사건, 거창사건도 특별법이 제정되어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이 진행되었거나 진행 중이나 여순사건은 아직 특별법조차 없다.”

여순사건만 아직 특별법 제정 안돼

여순사건 특별법 안에 담긴 주요 내용은 ▷국무총리 소속의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설치 ▷여수·순천 10·19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평화 등 인권교육 시행 ▷희생자와 유족의 복지 증진 및 법률지원 사업 지원 ▷치료와 간호가 필요한 희생자 또는 유족에게 의료지원금 및 생활지원금 지급 ▷여순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 시효 배제 등이 담겨있다.

유족 1세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남아있는 유족들은 어려서 당시 상황을 잘 모른다고 한다. 억울한 대표적 사례로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고 장봉환씨(당시 29세)를 들 수 있다. 그는 철도기관사로 처형당했는데 올해 1월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이번 판결의 집행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히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여순사건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고단한 절차를 더는 밟지 않도록 특별법이 제정돼 구제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사례로 구례군 산동 지방에서 불려오는 산동 애가(山東 哀歌)가 있다. 진압군에 끌려가 죽을 막내 오빠를 살려내고 대신 잡혀가 죽은 백순례를 그린 절명의 노래는 지리산을 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끊는 심정, 수많은 사람의 억울함을 해원(解冤)하고 있다. 

잘 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열아홉 꽃봉오리 피어보지 못한 채로/ 까마귀 우는 골에 병든 다리 절며절며/ 달비머리 풀어 얹고 원한의 넋이 되어/ 노고단 골짜기에 이름 없이 쓰러졌네. 

‘손가락 총’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수많은 원혼, 연좌제 굴레에 묶여 이루고 싶은 꿈을 접고 힘겹게 살아야만 했던 이들. 4·3사건을 끌어안은 것처럼 여순사건도 포용해야 한다.

허석 시장 “통과 위해 공동노력” 당부

허석 순천시장은 올해 여순사건 담당 공무원을 채용해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등의 업무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등 행정적 뒷받침을 하고 있다. 

허 시장은 “그동안 특별법 제정을 위해 힘써주신 여순 10·19사건 피해 유가족을 비롯한 지역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과 시민단체 등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공동의 노력과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시의적절한 조치이다. 

때맞춰 GS칼텍스 여울 마루 장도 전시관에서 열렸던 송암 강종래 화백의 ‘생·잉태를 위한 발상의 전환’ 전(10월 17일~31일)도 여순사건을 조명하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절망, 운명, 생과 사, 잉태, 환희, 분노, 태동 등 인간은 전 생애를 통하여 순간마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고 극복하라는 메시지이다. 

국가 폭력에 의해 가해졌던 시간에 대해, ‘통곡이 용서가 되게’ ‘증오가 화해의 길이 되게’ 세월의 뒤안길에 고여 있는 눈물을 닦아줄 책무는 대한민국 구성체로서 해야 할 일이며 정부의 소명이다. 

국감도 끝났으니 이제 법안심의 통과를 위한 시간이다. 국회는 발의된 여순사건 진실규명과 희생자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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