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청년 손잡고 도시재생 성공모델 만들다
노인‧청년 손잡고 도시재생 성공모델 만들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11.06 14:16
  • 호수 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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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도시재생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가운데 경북 성진골 벽화마을 등 노인과 청년이 손을 잡고 마을을 살린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성진골 벽화마을에 조성된 할매네 점빵 전경.
최근 정부가 도시재생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가운데 경북 성진골 벽화마을 등 노인과 청년이 손을 잡고 마을을 살린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성진골 벽화마을에 조성된 할매네 점빵 전경.

안동 신세동, 청년작가가 벽화마을로 조성… 어르신들 적극 호응

영주시, 노인‧청년‧청소년이 침체된 마을‧시장 살리기 주도적 참여

[백세시대=배성호기자] 경북 ‘안동’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하회마을이다. 외국인 관광객도 늘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또 다른 마을이 하회마을의 인기를 추격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조성된 ‘신세동 벽화마을’이 그 주인공이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실제 수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그런데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 마을은 사라질 뻔했다. 도시재생을 위해 노인과 청년이 힘을 합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중점사업으로 선정하는 등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토부에서 야심차게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전국의 노후 주거지와 구도심 500곳에 매년 10조원씩 총 50조원을 투입해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시도하는 사업이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방식은 물리적 환경개선을 중점으로 진행되면서 지역의 역사적 가치가 훼손되거나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안동시 신세동 벽화마을의 성공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신세동은 택시가 들어가길 꺼릴 정도로 소외된 마을이었다. 영남산 기슭을 따라 120여 채의 낡은 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모습은 쪽방촌을 연상케 했다. 당시 이 마을 주민 200명의 평균 연령은 70대로 대부분은 기초생활 수급과 노령연금에 의지해 살아갔다. 

이 마을에 부활의 기운이 싹튼 건 2009년, 안동대 미술학과 출신 이강준 작가(당시 33세)가 문체부가 주최한 전국 공모사업에 당선돼 정부로부터 지원금 1억원을 받아 4개월 동안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하면서부터다. 마을 한복판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 집 담벼락에 그려진 진달래·자작나무 등 벽화 10여 점과 주민들의 모습을 그린 100m 크기의 벽화, ‘줄 타는 고양이’, ‘오줌 누는 개’ 등은 안동의 가장 낙후된 마을을 공공미술관으로 바꿨다. 어르신들도 끼니때마다 새참을 준비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우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마을의 변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주민들은 2015년 12월 마을의 문화·관광 행사 등을 기획하는 주민협의체 ‘그림애문화마을협의회’를 발족했다. 이 협의회는 그림애장터와 월영장터 등 다양한 마을행사를 기획, 진행하고 있다. 협의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문화관광 분야 일을 기획하는 청년들이 하나둘씩 유입됐다. 장터 행사에서 인연을 맺은 청년 6명이 마을에 둥지를 틀게 된 것. 그렇게 하나의 공동체가 된 어르신들과 청년들은 마을 관광과 행사 등의 수익금을 마을 복지에 쓰기 위해 ‘그림애문화마을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후 장터와 크라우드펀딩 대회에서 마련한 상금과 수익금, 안동시의 지원 등으로 ‘할매네 점빵’이란 가게를 열기도 했다. 이곳에선 수공예품을 비롯해 가죽공예·생활소품·마을 기념품·먹거리 등을 판매한다. 할머니 6명이 돌아가며 가게를 운영하고 판매수익금은 마을 복지를 위해 환원하고 있다.

도시재생을 통해 고령화 극복에 나선 경북 영주시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영주시는 3개 권역별로 사업을 이끌어 가는 주체를 달리했다. 3개 권역의 사업중 후생시장은 청소년, 중앙시장은 청년, 구성마을은 노년층이 도시재생사업을 이끌어 가면서 전 세대가 어우러져 도시를 재생시킨 것이다.

후생시장은 1955년 문을 연 이래 영주역과 함께 성장해왔다. 그러나 1973년 영주역이 이전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다가 2008년에는 고추시장마저 이전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영주시는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오래된 한옥 상가를 복원해 청소년들에게 ‘생활문화 놀이터’로 제공했다. 특히 청소년 도시참여 지원단 200여명의 참여로 개국한 ‘황금시대방송국'은 매주 토요일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이야기, 청소년들의 일상, 후생시장 상인과의 대담 등을 소개하며 후생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후생시장과 멀지 않은 중앙시장은 영주역 이전 후 구도심 상권 회복을 위해 영주역 부지에 개장한 현대식 건물형 시장이다. 이곳 역시 철도산업의 쇠퇴와 함께 상권이 흔들렸다. 영주시는 이곳을 문화로 가득 찬 중앙시장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생활예술 만물상’이라는 청년예술산업을 계획하고, 빈 점포를 청년들에게 창작활동 공간으로 제공했다. 8명의 공예가들이 청년창작공동체 ‘모디’를 만들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벼룩시장 야시장 ‘어울장터’를 열어 다양한 청년들을 시장 안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마을인구의 약 74%가 고령층인  구성마을에서는 여성 어르신 16명이 의기투합해 메밀묵과 두부를 생산하는 ‘할매 묵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남성 어르신 8명이 목공일을 배워 간단한 집수리·도색, 공예제품 판매 등을 수행하는 ‘할배 목공소’를 운영해 호평받고 있다. 

영주시도 후생시장, 중앙시장, 구성마을을 연계해 효율적인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도시재생 최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영주시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은 정부주도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으며 주민과 지자체가 사업의 주체가 되어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선도모델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주민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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