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환 대한노인회 경북 칠곡군지회장 “지회장 판공비 안 받고 지회 운영비에 쓰겠다는 약속 지켜”
조경환 대한노인회 경북 칠곡군지회장 “지회장 판공비 안 받고 지회 운영비에 쓰겠다는 약속 지켜”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11.13 13:23
  • 호수 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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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구미 사이의 칠곡, 젊은 층 많고… 노인 교육기회도 많아 

행정자치부장관상 등 30여개 수상… 홍수로 고립된 주민 구출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조경환(曺慶煥·80) 대한노인회 경북 칠곡군지회장은 군인에 비유하자면 ‘덕장(德將)’이다. 조 지회장에게 지난 2년여 업적을 묻자 직답을 피한 채 “지회 사무국장 등 직원이 세 명이지만 직원 네 사람 몫의 일을 해낸다”며 직원들의 희생과 근면한 직무 자세를 추켜세웠다. 

이어 “(업적 면에서)잘 한 것도 잘못한 것도 없다”며 “대신 지역에 나가면 노인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평판보다는 ‘노인회장 (여러면에서) 됐다’는 얘기를 듣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화려한 치적이나 성과를 중요시하기보다는 덕목과 배려로 지회를 운영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조경환 칠곡군지회장을 칠곡군 왜관읍에 위치한 지회 사무실에서 만나 지회 운영 철학과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2018년 4월에 취임했다.

-칠곡군은 어떤 곳인가.

“대구와 구미 사이에 위치하며 교통편이 발달해 두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군 인구 12만 명 중 노인이 1만6000여명(12%)으로 ‘젊은 도시’에 속한다. 군에서 여성과 노인에게 교육의 기회를 많이 제공해주고 있으며 그 결과 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진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활발한 편이다. 아파트경로당보다는 자연부락경로당이 더 많다.”

이어 경북도 23개 시·군 지회 중 군 단위에서 경로당·회원 수가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8개 읍·면 분회에 258개 경로당, 회원 1만1000여명을 두었다. 경로당마다 TV·냉장고·공기청정기 등 기본적인 생활용품을 두루 갖췄다. 코로나가 극성일 때 어르신들이 실외에 머물면 선풍기 등을 지원해 주기도 했다. 저도 부족함이 없는지 살피고 사무국장이 인근 지회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복지 서비스를 챙기곤 한다.”

-경로당 한 곳 당 운영비는.

“약 420만원이다. 양곡은 7포씩 나오고 있어 부족하지는 않다. 경로당 급식도우미는 없지만 자체적으로 무리 없이 해나가고 있다.” 

-지회장 임기 2년이 지났다. 그간의 업적이라면.

“특별히 내세울 것은 없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자리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썼다. 도·군에서 지원하는 행복도우미들이 경로당에 상시 방문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어르신들 건강과 여가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코로나로 경로당 문을 닫자 이분들이 일을 못하게 됐다. 그런 점을 보완해 방역이나 마스크, 손소독제 등 방역물품 전달 등의 일을 맡겨 한 사람도 빠짐없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지회장 판공비를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지회 살림살이가 풍족한 편이 아니라 선거 당시 소견 발표하면서 지회장 판공비(연 720만원)를 받지 않고 지회 운영비로 쓰겠다는 약속을 했고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조경환 지회장은 이중근 전 대한노인회장이 지회장들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던 직책수행경비도 사비로 쓰지 않고 지회 운영에 보태 귀감이 됐다.

-지회 운영비 인상도 선거 공약에 들어 있던데.

“그 부분은 말대로 쉽지가 않더라. 3선의 백선기 군수께서도 어르신들 잘 모시겠다는 의지도 강하고 의욕도 넘치지만 상대적으로 경제자립도가 받쳐주질 못해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렇지만 노인대학 입학·수료식, 경로당 개소식, 노인의 날 등 행사에는 늘 참석하시고 군 행사에도 노인회장에게 예를 갖춰 깍듯이 대우해주신다.”

-분회장, 경로당 회장에 대한 활동비는.

“면 책임자인 분회장에게 연 10만원의 활동비를 경로당에서 제공한다. 지회는 이사회 참석할 때마다 거마비 차원에서 5만원을 지원해주고 연말이나 추석 명절에 상품권(10만원)도 드린다.”

-노인일자리 사정은 어떤가.

“군과 시니어클럽이 공공일자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지회는 취업지원센터장이 민간취업 쪽을 맡아 하고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40명 많은 120명에게 취업을 알선해드렸다. 최근 농어촌공사 칠곡지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영농급수 및 농업기반시설 관리에 어르신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조경환 경북 칠곡군지회장(오른쪽 두 번째)과 직원들이 지회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조 지회장 오른편이 윤연희 사무국장.
조경환 경북 칠곡군지회장(오른쪽 두 번째)과 직원들이 지회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조 지회장 오른편이 윤연희 사무국장.

조경환 칠곡군지회장은 석적면 청년회장, 농촌지도자 회장, 칠곡군 산림조합 감사 등을 역임했다. 칠곡군지회 석적읍 분회장, 지회 수석부회장을 거쳐 2018년 4월에 지회장에 선출됐다. 재건국민운동중앙회장 표창(1967년), 행정자치부장관상(2000년) 등 30여개 상을 수상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60도 안된 나이에 주위의 권유로 석적읍 남율경로당 총무 일을 맡아 오래  봉사했다. 경로당 회장 시절 어르신들 관광버스로 여행도 보내드리며 재밌게 보냈다. 전임 지회장의 권유로 지회장 선거에 나섰다.”

-상장이 30여개나 된다고.

“이면에는 가슴 아픈 집안 내력이 있다. 연좌제로 인해 가족들의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어려웠다. 저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묵시적인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어 노력을 많이 했다. 과거 청년회장을 비롯해 소방회장, 영농회장 등 봉사의 자리면 가리지 않고 참여했고 성실히 했다고 상도 많이 주더라.”

-가장 의미 있는 상은.

“제가 살던 낙동 강변 마을이 해마다 물난리와 가뭄으로 피해를 입었다. 어느 해인가 홍수에 고립된 주민을 저하고 공무원, 둘이서 구출해낸 적이 있다. 새끼줄을 나무에 묶고 그 줄에 의지해 가까스로 주민을 안전한 지대로 대피시켰다. 그 때 애썼다고 준 상이 기억에 남는다.”

조경환 지회장에게 ‘4대강 보 설치가 실제로 강 수질을 오염시켰느냐’고 묻자 고개를 저으며 “낙동강 칠곡보가 세워진 이후로 물난리도 겪지 않고 가뭄 걱정도 사라진데다 맑은 물에 산다는 은어가 올라올 정도”라고 대답했다.

-임기 내에 이루고 싶은 건.

“지회가 들어 있는 ‘어르신의 전당’(2층) 강당을 타 단체와 같이 사용해 불편하다. 연말에 분회장, 사무장들 모여 회의할 공간도 없고 직원들 일하는 사무실도 비좁다. 청사를 새로 지어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당장 사무실 공간 확충만이라도 해결됐으면 한다.”

조경환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후배 노인지도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임기가 끝나면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거 당시 약속을 했다”며 “전임 지회장도 그랬고 저 역시 그 공약을 지킬 생각”이라고 거듭 단임을 강조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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