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정든 그라운드 떠나는 야구‧축구 전설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정든 그라운드 떠나는 야구‧축구 전설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11.13 13:28
  • 호수 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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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치러진 두산 베어스와 엘지 트윈스의 한국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팽팽한 공방 끝에 두산이 라이벌 엘지를 9-7로 꺾고 플레이오프 진출했다. 이때 승리한 두산 선수들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가 있다. 데뷔 후 엘지에서만 선수생활을 하다 은퇴를 한 박용택 선수다.

한일월드컵으로 들썩였던 2002년 입단한 그는 19년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타율은 강타자의 기준인 3할대를 유지했고 매년 100개 이상 안타를 뽑아냈다. 골든글러브상도 수차례 수상하고 2009년에는 타격왕도 차지했다. 특히 그가 가지고 있는 2504개의 통산 최다안타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남부럽지 않은 경력을 쌓은 그가 차지하지 못한 단 하나는 ‘우승 반지’였다. 소속팀 엘지가 번번이 포스트시즌에서 고배를 마시며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박용택 선수는 올 시즌 초 일찌감치 은퇴 선언을 하고 마지막 우승 도전에 나섰지만 안타깝게도 실패로 끝이 났다.

이에 앞선 11월 2일 한국축구의 전설인 이동국 선수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소속팀 전북 현대가 시즌 내내 2위를 달리다 직전 경기에서 극적으로 뒤집고 이날 승리로 우승을 확정하면서 그의 은퇴식은 빛이 났다.

라이언 킹이란 애칭으로도 유명한 이동국 선수는 비슷한 시기 프로생활을 시작한 안정환, 이영표, 박지성 등보다 앞서 나갔다. 19세의 나이에 국가대표로 발탁돼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주역으로 뛰었다. 이런 활약 덕분에 월드컵 직후 독일 축구리그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2002년 월드컵 선수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 주역들이 병역면제 혜택을 받는 와중에 그는 입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 후 절치부심하며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지만 역시 별다른 활약을 못했고 2008년 국내 무대에 복귀했다. 이때 그의 나이가 28살이었다. 이듬해 전북 현대로 옮길 때에도 그의 부활을 기대하는 사람은 적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모두가 알다시피 이동국은 K리그 통산 548경기에 출전해 228골 77도움의 발자취를 남겼고 이 역시 깨지기 힘든 기록이 될것으로 보인다. 8번이나 K리그 우승을 견인하는 등 수차례 우승컵도 들어올렸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인 야구와 축구를 대표하는 두 전설이 은퇴했다. 같은 듯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 누구보다 성실하게 선수 생활을 했고 팬들의 축복 속에서 유니폼을 벗었다. 아직 40대 초반인 동갑내기 두 사람의 화려한 인생 2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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