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 회장 “가장 행복할 때 마지막 떠올려…다시 오지 않는 시간이라”
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 회장 “가장 행복할 때 마지막 떠올려…다시 오지 않는 시간이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11.20 13:56
  • 호수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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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의 날’ 복지부장관 표창 수상…100여명 임종환자 상담  

디지털 기기 통해 유언장 작성·자서전 쓰기·장례준비 등 홍보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대한노인회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최영숙(64) 대한웰다잉협회 회장이 겹경사를 맞았다. 제8회 호스피스의 날(10월 10일)을 맞아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고 두 권의 책을 발간한 것이다. 최 회장은 연명의료결정제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았다. 아울러 대한웰다잉협회도 최근 7차 웰다잉 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복지부장관 표창장 수상을 축하드린다.

“그동안 호스피스, 완화 의료, 웰다잉 등에 공이 크다고 해서 주신 것 같다. 하지만 저보다 회원들이 받아야 할 상에 제 이름을 넣은 게 아닌가 한다.”

-호스피스 봉사는 언제부터 했는지. 

“제가 간호학을 전공하고 간호사로 있을 때 죽음을 눈앞에 둔 임종환자들에게 어린 나이의 제가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몰랐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그들의 눈빛이 항상 저에게 그 질문을 떠오르게 했다. 그 후 유학을 가서 심리학을 전공한 뒤 돌아와 국내 대학에서 심리학개론을 가르치면서 호스피스 봉사를 하게 됐다.”

최 회장은 “한 환자를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만나는 식으로 상담이 이뤄지는데 그런 환자가 100명이 넘을 것”이라며 “요즘도 저를 필요로 하는 분이 연락을 해오면 만나서 얘기도 들어주고 위로도 해준다”고 말했다.

-두 권의 책을 한꺼번에 출간했다.

“코로나 사태로 시간이 남아 전부터 생각했던 자서전을 썼고 웰다잉 활동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담아 수필집을 냈다.”

-자서전 제목 ‘가장 행복할 때 나는 마지막을 생각했다’란 의미는.

“내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에겐 어느 순간 마침표를 찍는 때가 온다. 더 이상 말을 못하거나 일을 못하거나 걷지를 못한다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전 늘 바쁘다. 하고 싶은 일이 많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아니 그러지 못할 시간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부지런히 움직인다.”

-노인들에게 자서전 쓰기를 권했다.

“복지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 10여명의 그룹으로 진행하는데 참여자들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찾아내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진풍경을 접할 수 있었다. 그동안 오랫동안 만났지만 서로에 대해서 몰랐던 사연들을 접하면서 공감하고 친밀해지는 끈끈한 관계가 됐다. 자서전은 힐링이고 회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한노인회와도 인연이 깊다.

“8년 전 이 심 전 대한노인회장의 요청으로 전북 무주에서 지회장, 사무국장, 경로부장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나보다. 이후로 우정연수원에서 열리는 권역별 노인지도자 교육을 비롯해 크고 작은 교육 프로그램에서 어르신들을 자주 대했다.”

-그때마다 강조하는 부분은.

“‘명품 인생’을 사시라는 말씀을 드린다. 혼자 외롭지 않고 같이 있으면서 싸우지 않는 관계가 되라고 한다. 살아오면서 많은 성찰을 한 것을 삶에서 실천해야 한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자식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남는 건 결국 가족뿐이란 사실들이다. 딱 두 마디만 하라고 부탁드린다. ‘미안하다’, ‘고맙다’이다. 동료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그리고 자녀에게도, 배우자에게도 ‘미안하다’고 그러고 ‘고맙다’는 말을 하시라는 부탁을 드린다. 그런 삶이 명품 인생이다.”

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 회장이 장기기증 홍보활동을 펴는 생명나눔 전문강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 회장이 장기기증 홍보활동을 펴는 생명나눔 전문강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최 회장은 실제 겪은 감동적인 일화를 소개했다. 70대 후반의 이북 출신 노인이 자식들 먹여 살리려 죽도록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술주정으로 풀곤 했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정작 노인이 되고나서 보니 자신만 힘든 게 아니라 이런 부모를 만나 고생한 자식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말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친구가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하는 걸 보자 자기에게도 그런 불행한 일이 생길지 몰라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회장은 “‘내가 너무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아버지가 말하자 아들도 ‘아버지를 너무 미워했어요, 우리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못난 자식을 용서해주세요’라면서 서로 잘못을 빌고 화해를 했다”며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노인은 최 회장의 강의를 듣고 자식에게 속죄의 심경을 고백 할 용기를 얻었던 것이다.

-웰다잉하면 최영숙이란 이름이 떠오를 정도다.

“1995년 대전에 호스피스회를 창립했고, 2005년 대전에 웰다잉연구소를 설립했다. 전국적으로 호응을 얻어 웰다잉협회를 창립해 대한노인회와 연계해 많은 교육을 해왔다. 웰다잉법이 통과되면서 현재는 복지부 산하 비영리단체로 등록됐고 전국 8개 지부, 100여개 지회, 4000여명의 회원을 둔 큰 규모의 전국 단체로 컸다.”

최 회장은 “죽음은 두려운 것이라는 인식을 떨치고 준비하고 맞이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웰다잉 문화의 정착을 위해 협회는 교육과 계몽, 홍보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며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에 웰다잉 운동은 전 국민적으로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웰다잉 포럼에서 새롭게 나온 내용이라면.

“만나서 대화하는 아날로그 차원에서 벗어나 스마트폰,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웰다잉 문화를 확산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이건희 회장 문상도 인터넷으로 하지 않았나. 상담사들이 디지털 기기로 유언장 작성, 자서전 쓰기, 장례준비 등을 확산할 수 있게 교육 중이다.”

최영숙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대한노인회로부터 정책위원을 맡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앞으로 대한노인회와 함께 웰다잉 문화 확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등 할 일이 참 많다”고 말했다.


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장 프로필

▷대구 계명대학 간호학과 졸업 ▷미국 Southern Christian University 교육학 석사, 상담심리학 박사 ▷백석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 ▷APM 최영숙 상담연구소장 ▷한국호스피스협회 부회장 ▷극동방송‘인생을 이야기 합시다’ ‘아름다운 이야기’방송 진행 ▷대한노인회 정책위원 ▷대한웰다잉협회 회장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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