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도를 넘어선 종교인의 ‘돈 자랑’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도를 넘어선 종교인의 ‘돈 자랑’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11.20 14:18
  • 호수 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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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A스님이 사생활을 소개하는 한 방송을 통해 지나친 돈 자랑을 하면서 대중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해당 방송을 통해 남산타워가 한눈에 보이는 도심 속 주택을 공개했다. 이후 A스님이 건물을 소유하고 고가의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여기에 더해 그가 2011년 자신의 SNS를 통해 “법정스님께서 무소유가 가능했던 것은 책 인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빠르게 확산됐다. 대중들은 ‘풀(full)소유’와 ‘플렉스님’(돈 자랑을 의미하는 ‘플렉스’와 스님의 합성)이라 지칭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앞서 밝혔듯 A스님은 여러 권의 저서를 발간해 수백만권을 판매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또 틈틈이 강연을 하며 꽤 큰 금액의 강연료도 받아 왔다. 이를 통해 꽤 많은 재산을 모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것까지 비난해선 안 된다고 본다. 승복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정당하게 얻어낸 결과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 단, 이를 대놓고 자랑하는 건 문제가 있다.

대중들은 종교인은 청빈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믿는건 기독교와 불교다. 이 두 종교에서 모시는 예수님과 부처님은 재력과는 거리가 먼 성인들이다. 이들은 사실상 노숙자처럼 거리에서 생활하며 복음을 전하고 지독하게 절제하며 수행하는 삶을 살았다. 만약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고가의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돈으로 사람들을 매수했다면 아마 두 종교는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중들이 이들의 신념을 전파하는 목사님, 신부님, 수녀님, 스님 등 종교인들에게 기대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설사 재산이 많다 하더라도 1000만원이 넘는 명품가방이 아닌 낡을 대로 낡은 헌 가방을 들고 다니는 청빈한 모습을 원한다. 

실제로 법정스님은 수억 원의 인세를 받았음에도 그 돈은 전부 기부하고 입적(入寂)하는 순간까지도 낡은 고무신을 기워 신고 헌 승복을 입어 아직까지도 큰 존경을 받고 있다. 

반면 A스님은 자신의 부를 방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과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법정스님까지 깎아 내렸다. 그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싸늘해졌고 결국 A스님은 대외활동을 중단하고 수행에 전념하겠다고 밝히며 자신의 행보에 대해 사과했다.

종교인 입장에서는 다소 가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종교를 바라보는 대중의 눈높이가 그렇다면 마땅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거기에 따르는 것이 맞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예수님과 부처님은 돈 자랑을 절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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