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한 통의 전화’가 만든 작은 기적
[백세시대 / 기고] ‘한 통의 전화’가 만든 작은 기적
  • 신진영 충북연합회 교육자원팀장
  • 승인 2020.11.20 14:37
  • 호수 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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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충북연합회 교육자원팀장
신진영 충북연합회 교육자원팀장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꽃피는 달이라면 10월은 열매를 거두는 달이다. 그래서일까. 5월과 10월엔 국경일이나 기념일이 많다. 국경일은 주로 역사적 유래를 따르지만 기념일은 계절의 의미를 담는 듯하다. 어린이날(5월 5일)과 어버이날(5월 8일), 부부의날(5월 21일)이 있는 5월이 ‘가정의달’이다. 그리고 지난 10월은 노인의날(10월 2일)있는 경로의 달이었다. 

그런데 5월 기념일은 알아도 10월 노인의날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든 언젠간 노인이 되고, 노인 없는 가정도 없건만, 노인의날을 알고 기념하는 곳은 대한노인회밖에 없다. 우리 사회 ‘노인 소외’의 단면인 듯도 싶다. 

올해 상황은 코로나19로 더 심각하다. 전국의 경로당들은 반년 이상 열지 못했고, 어르신들은 나들이조차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전자 기기 사용이 서툴러 비대면 소통도 어려운 고령층의 사회적 고립을 잘 보여주는 것이 ‘코로나블루’(우울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북연합회 9988행복나누미 강사들의 활동은 지역사회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99세까지 88(팔팔)하게’란 뜻을 가진 9988행복나누미들은, 외로운 어르신들께 전화상담과 안부, 건강상태 확인은 물론 코로나 생활수칙안내와 방역과 ‘생산적 일손돕기’ 등으로 여념이 없다. 

그중 영동군지회의 일화 하나가 눈길을 끈다. 초고령화된 요즘 농촌의 현실은 어르신이 다치면 다 지은 농사조차 수확을 못 하기도 한다. 안부전화를 드리던 한 행복나누미는 경운기 사고로 꼼짝 못한다는 어르신의 사연을 접했다. 

“포도를 싸매야 허는디, 경운기 사고로 다쳐 누워만 있으니 워쩐디야….” 다친 다리보다, 다 키우고도 거두지 못하는 포도가 걱정인 농심. 도시에 나가 일과에 바쁜 자식들도 간병조차 못하니 포도를 누가 돌보랴. 

“다친 다리는 고사하고 포도 걱정에 어르신 속이 포도주 다 되시겄어요….” 행복나누미의 호소에 영동군지회 전 직원이 포도밭으로 나가 봉지를 씌웠고 어르신은 “조금만 늦었어도 다 지은 농사 버릴 뻔했다”며 고마워했다. 어르신의 이야기에 뭉클해졌다는 행복나누미와 직원들. 그들의 얘기를 듣는 연합회 직원들에게까지 감동에 전염된다. 

행복나누미 강사의 전화 한통이 감동의 연쇄를 낳은 ‘나비의 날갯짓’이 되었듯, 올해가 가기 전 부모님께 전화 한통 넣어드리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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