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국민 납득시킬 신속한 규명 필요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국민 납득시킬 신속한 규명 필요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11.27 13:33
  • 호수 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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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 조치를 전격 단행함에 따라 정국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추 법무장관은 11월 24일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법무부가 그간 검찰총장의 여러 비위 혐의에 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사의 징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에 따르면,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권은 법무부 장관에게 있고,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무 집행의 정지도 명할 수 있다.  

추 장관이 이날 밝힌 윤 총장의 비위 사실은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모두 6개다. 이를 조목조목 설명한 추 장관은 ‘검찰 개혁’이란 명분을 빼놓지 않았다. 

앞서 추 장관은 윤 총장과 관련해 언론사 사주 면담, 라임 사건 검사 비위 은폐, 야당 정치인 사건 처리, 옵티머스 관련 무혐의 경위 등 의혹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바 있다. 또한 대검찰청 특수활동비에 대한 감사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감찰관실은 지난 19일 윤 총장 대면조사를 추진했다. 이후 조사 일정을 취소하면서 “대검찰청(윤 총장)이 협조하지 않아 방문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공지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이 제시한 6개 사유 전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면서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윤 총장은 직무배제 하루만인 25일 밤 법원에 추 장관의 직무정지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집행정지란 행정청의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처분의 집행을 잠시 멈추는 법원의 결정이다. 본안 소송인 직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은 26일 중 낼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측은 집행정지 신청서에 추 장관이 직무배제 조치의 근거로 적시한 6개 사유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이 크게 왜곡돼있다는 입장이다.

설사 일부 근거가 사실이라고 해도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릴만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부각하며 직무정지의 부당함을 강조했다고 윤 총장 측은 설명했다.

현직 검찰총장 직무 배제 및 징계 청구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추 장관의 전격 조치에 맞서 윤 총장이 “위법·부당한 처분”이라며 법적 대응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양측의 충돌 해소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게 틀림없다. 

우선 추 장관의 메시지는 총장이 깨끗하게 사퇴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임기가 보장된 총장을 압박하는 사유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추 장관의 이번 조치가 과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윤 총장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검찰 개혁은 시대적 요청이다. 자신은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고자 했다지만 검찰이 청산해야 할 적폐 1호로 꼽혔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직무배제와 징계가 적절한지는 이후 징계 심의 절차와 소송 등을 통해 다뤄지겠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국민들의 판단도 받아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도 추 장관은 비위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더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윤 총장도 법적 대응만 강조할 게 아니라 상세한 소명을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 시선은 싸늘하다. 양측은 상대가 쓰러지기를 기다리기 전에 국민 앞에 무릎 꿇는 게 도리다. ‘검찰 개혁’,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자존심 싸움보다 국민 납득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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