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나목에서 배우는 ‘비움과 채움’
[백세시대 / 기고] 나목에서 배우는 ‘비움과 채움’
  • 김영수 대한노인회 순천시지회장
  • 승인 2020.11.27 13:56
  • 호수 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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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대한노인회 순천시지회장

[글=김영수 대한노인회 순천시지회장] 낙엽의 서걱거림이 심신을 편안하게 한다. 겨우내 잠들었던 나무눈이 새싹을 틔워 연둣빛 물결로 가득 찼던 부푼 봄도, 신록의 여름이며 곱디고운 단풍도 항상 우리 곁에 있을 줄 알았는데 저만큼 있어 여유롭게 느껴보지 못한 올 한해다. 달랑 남은 한 장의 달력이 나무에 매달린 잎새처럼 느껴오는 계절, 소소히 지내왔던 일상의 소중함과 애틋함이 확 풍겨온다. 

코로나19로 점철된 경자년, 완전히 빼앗긴 일상을 보상받기 위한 그리움인가, 흔적 없이 지나간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세월아 가거라!’ 자조 섞인 낙엽 소리가 싫지 않음은 지난 세월에 대한 연민과 위로라 생각하며 발길을 옮겨본다….

억제하고 인내하는 과정서 비움 생겨

얼마 전 보도에 의하면, 2016년 한국 불교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한국을 떠난 푸른 눈의 현각 스님이 ‘마음 수련’으로 큰 인기를 끄는 혜민 스님에 대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쓴소리를 퍼부었다. 그러자 혜민 스님은 “승려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수행 정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느 방송국 연예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서울 도심 자택을 공개했다가 부동산 소유 논란에 휩싸이면서 활동 중단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도심의 전망 좋은 집과 고가의 전자기기로 뒷말이 나왔고 안거 수행 기록이 없다는 점도 논란거리가 되었다. 비록 불교나 천주교에서 스님이나 사제의 개인재산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무소유’라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기에 이번 논란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허나 현각 스님의 질타와 이를 수용한 혜민 스님의 자세, 두 분의 화해하는 과정은 갑론을박 소모적인 정치권의 싸움박질에 신물이 난 작금의 현실에서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소유와 무소유는 무엇인가’,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무소유가 존재하는가’ 하는 끊임없는 물음이 솟아난다. 소유하겠다는 생각을 버렸다면 그 자리는 어떤 마음으로 채울까.

사람의 마음은 생각을 억제하고 견디고 인내하는 과정에서 비움이 생긴다. 이는 엄청난 수련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무소유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을 의미함인데, 그 비움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생명을 유지하는 것도 채움에 속한다면, 흘러가는 구름과 햇빛을 바라보는 일조차도 채움이라면…. 비움과 채움, 그 자체가 사람이 살아가며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호젓한 길가에 툭툭 떨어지는 갈잎, 바람개비가 되어 밀려왔다 부서지는 낙엽, 굴렁쇠처럼 굴러가는 낙엽의 행렬이 주는 시간의 연속성. 낙엽은 자리에 연연하지도 가볍지도 않다. 나뭇잎이 떨어져야 나무는 겨울눈을 키우니 예쁘고 아까워도 제 살 잎을 내려놓는다. 소멸 뒤에 찾아오는 허허로움과 갈잎의 떨어짐을 서러워 말자. 

긴장은 하되 위축되진 말아야

코로나가 곳곳에서 창궐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레드라는 우울과 분노의 신조어처럼 마음 답답함이 조여 온다. 코로나 ‘팬데믹’ 돌멩이가 장애물로 여겨질지 아니면 디딤돌로 여겨질지는 바로 우리 자신이 삶에 대해 어떠한 생각과 태도, 가치관을 가지느냐에 달렸다.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예견한다. 긍정적인 사람은 언제나 긍정적인 과거와 현재, 미래가 있겠지만, 부정적인 사람은 그나마 좋은 일들도 과거,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불행으로 몰아간다. 

연말을 맞이하여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태산 같은데 코로나는 진정되지 않고 있으니 이 예측 불허의 상황에서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정부에 이르기까지 고민이 깊어만 간다. 

긴장은 하되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자기 것을 내려놓고 동안거에 들어가는 채비를 하는 나목처럼 외부 활동과 연말 모임을 자제하는 비움으로 코로나 대응조치에 적극 동참하자. 그것이 장차 채움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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