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세 대한노인회 수석부회장 “노인의 존엄성, 가치 보장 받으려면 더 큰 목소리로 강력 요구해야”
오제세 대한노인회 수석부회장 “노인의 존엄성, 가치 보장 받으려면 더 큰 목소리로 강력 요구해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12.11 13:31
  • 호수 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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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노인에 50만원 연금·경로당 운영비 월 200만원 지원 추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시절, 보류됐던 기초연금 법안 통과시켜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노인은 주권자로서, 또한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로서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오제세(71) 대한노인회 수석부회장은 12월 8일, ‘백세시대’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대한노인회의 정치집단화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 수석부회장은 “여기서 정치라는 의미는 정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주권자로서 자기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라며 “인간으로서의 기본권, 즉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 받을 권리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생존권 보장을 주장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투철한 철학과 정치적인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대한노인회가 최대의 정치집단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효창동 대한노인회 중앙회 2층 임원실에서 오 수석부회장을 만나 노인회 현안과 비전을 들었다. 오 수석부회장은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한노인회에 들어와 보니 어떠신가.

“국회에 있을 때는 전체 국민을 위해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했고 이제는 노인복지를 위해 일하게 돼 큰 책무를 느끼며 할 일도 많다.”

-요즘 대한노인회의 각종 행사에서 대한노인회의 정치집단화 얘기를 자주 한다. 어떤 의미인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처럼 전 국민이 정치에 관한 책임과 권리를 지니고 있다. 특히 노인은 주권자이자 인권을 보호 받아야 할 중요한 대상이다. 보호 받으려면 당연히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노인의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노인 스스로가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지 않으면 누가 우리를 대신해 주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노인회가 더 강력하게 요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장애인복지가 장애인에게 달려 있듯이, 노인복지도 노인에게 달려 있다. 장애인 복지를 담당하는 국회의원을 찾아가 장애인 복지를 위해 일하면 집단적으로 지지할 거고 그렇지 않으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듯이 노인복지를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다.”

-노인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도 필요하다.

“주권자로서 투표권도 있으니 그걸 가지고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대변자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고 그를 통해 노인의 생존권과 함께 건강, 일자리, 여가생활 보장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15%가 65세 이상 노인인데 그렇다면 국회의원도 전체 300명 중 15%인 45명이 노인이돼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중 3분의 1인 15명만이라도 노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인 의원이 있어야 한다.”

-노인당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국민 계층마다 청년당, 중년당을 찾는다면 곤란하니 위에 말한 15명이 국회에서 의석을 차지해 노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면 좋을 것이다.”

-대한노인회의 현안으로 모든 노인 50만원 지급과 경로당 운영비 국비 지원을 언급했다. 먼저 50만원의 근거는 무엇인가.

“현재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빈곤층 150만명이 중위소득의 30%인 50만원을 받고 있다. 노인도 기초생활보장을 위해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오 수석부회장은 “노인 빈곤률이 한 자리 숫자인 선진국은 모든 노인에게 70~80만원의 연금을 지급하는데 반해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경제 선진국이자 노인 빈곤률이 OECD 국가의 4배나 되는 우리나라가 기초연금 30만원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오제세 수석부회장은 2014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있으며 기초연금 20만원 하위 70% 지급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기초연금 법안 통과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전까지 노령연금 9만원을 주다가 20만원으로 올리자고 했다. 당시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모든 노인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금의 야당인 새누리당은 소득 하위 70%에만 주자고 해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보류됐다. 제가 복지위원장으로서 당장 20만원을 주는 게 맞다고 판단해 여당과 같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때 통과가 안됐더라면 지금까지도 9만원만 주었을 것이다. 당시 야당이 지금 국회 과반수를 차지한 민주당인데도 여전히 전 국민 지급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로당 운영비 월 200만원을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현재 시·군·구에 경로당, 노인복지관, 노인교실이 있지만 시설이 부족해 많은 노인이 이용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가운데서도 경로당이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 경로당에 지원되는 냉·난방비, 양곡비 등 연 200만원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월 200만원이 지급 되면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건강·취미·여가생활을 즐길 수가 있다. 가령 경로당 5곳을 돌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강사 한 명에게 경로당 한 곳 당 40만원씩 걷어 200만원을 주는 게 가능하고 급식도우미도 같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지금 중앙회에서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경로당활성화 방안 자료를 만들고 있다. 국회, 복지부, 학계와 노인회가 국회에서 합동 토론회를 열어 정책적 이론과 철학을 담아 안을 만들어 2022년 정부 본예산에 정식으로 요구하자고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상의 중이다.”

-예산이 많이 들 텐데.

“월 200만원씩이면 1조4000억원의 예산이 든다. 현재 노인복지 예산 20조원 중 경로당 예산이 1천300억원으로 10%도 안 된다. 선진국은 전체 정부예산 중 건강보험·연금을 포함해 복지예산이 30~40%를 차지하며 그 중 50%가 노인복지로 약 100조원에 달한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노인복지예산이 낮다. 토론회를 하다보면 적정한 답이 나올 것이다.”  

오제세 수석부회장은 청주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대통령 비서실, 내무부 장관 비서관을 거쳐 온양·대천시장, 청주시 부시장, 인천광역시 행정부시장을 역임했다. 17·18·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저서 ‘새로운 대한민국 정치, 어디로 가야 하나’ 등. ‘20대 국회의원 헌정대상’,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국정감사 우수의원’, ‘한국문화예술유권자총연합회 국정감사 우수상임위원장상’을 수상했다.

-정치 입문 계기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 우리당 창당 때 영입돼 시작했지만 그 전까지는 정치는 나하고는 상관없이 소수의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알았다.  16년간 정치를 하다 보니 기본권에 대한 의식이 정치의식이고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게 정치의식인 것이고, 국민은 투표를 하니까 정치인이며 그런 점에서 모든 국민이 정치에 대한 책임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정치를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오 수석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 받는 노인이 되도록 하는 게 우리나라 노인을 대표하는 대한노인회의 임무”라며 “노인의 생존권 중 가장 중요한 건강, 소득, 일자리 보장을 제대로 받도록 노인회가 정치적으로 더 크게 단체화해서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거듭 정치 집단화를 강조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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