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취 효과 좋은 ‘커피 찌꺼기’… 기름기 제거에도 유용
탈취 효과 좋은 ‘커피 찌꺼기’… 기름기 제거에도 유용
  • 이수연 기자
  • 승인 2020.12.18 14:41
  • 호수 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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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찌꺼기의 다양한 변신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해 제작한 ‘친환경 식물재배키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해 제작한 ‘친환경 식물재배키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면포에 담아 문지르면 묵은 때도 쉽게 제거… 마루나 가구 광택 효과도

톱밥 대신 축사 퇴비로도 활용… 인조 대리석이나 합성목재로도 제작

[백세시대=배지영기자]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지난 2018년 기준 약 353잔이다. 이는 세계 1인당 커피 소비량(연간 132잔)의 3배에 달하는 수치로, 커피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고 할 수 있다. 

커피 소비가 늘어난 만큼 커피 찌꺼기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데, 커피의 재료가 되는 원두는 단 0.2%만 이용되고 나머지는 모두 찌꺼기로 배출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은 커피 찌꺼기를 그냥 버리지만 다른 용도로 다양하게 재활용될 수 있다. 이에 커피 찌꺼기를 자원으로 활용하고 쓰레기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커피 찌꺼기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커피나무 열매의 씨앗인 생두를 볶는데, 이처럼 열을 가한 것을 원두라고 한다. 이 원두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다. 여기서 커피박(커피 찌꺼기)이라는 것이 나오게 된다. 커피박은 중금속 등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고유의 향을 가진 귀중한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재활용 시스템이 없어 생활 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봉투에 담기는 실정이다.

커피박은 매년 세계적으로 1000만 톤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15만 톤가량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대부분 땅에 매립된다. 커피 찌꺼기가 땅에 묻히면 토양이 카페인으로 인해 오염되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커피 찌꺼기 1톤을 처리하는 동안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338kg이다. 연간으로는 9만2000 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이것은 자동차 1만1000여 대가 내뿜는 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커피 찌꺼기는 버리면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지만 다시 보면 충분히 이용 가능한 유기성 자원이다. 이에 커피 찌꺼기 활용 방법을 다양한 산업에서 연구하고 있다.

◇일상생활 속 커피 찌꺼기 활용

▶탈취·방향제= 커피 찌꺼기는 냄새를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사용하지 않는 바구니·그릇·양말·스타킹·거즈 등에 넣은 후 냉장고·신발장·쓰레기통·차량·옷장 등에 두면 악취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큰 효과는 아니지만 원두가루의 미세한 구멍들이 수분을 흡수해 제습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묵은 때·기름기 제거= 커피 찌꺼기를 면포에 담아 문지르면 싱크대나 세면대의 기름때와 묵은 때를 쉽게 제거할 수 있다. 또한 고기를 굽거나 생선을 구운 후 프라이팬 혹은 식기에 묻어 있는 기름기를 제거하는 데도 탁월하다. 이때 주방세제를 대신해 커피 찌꺼기를 뿌린 뒤 뜨거운 물로 헹궈내면 좋다. 프라이팬에 기름기가 너무 많을 때는 원두 찌꺼기와 물을 넣고 끓여준 후 세척하면 된다.

▶각질제거= 원두가루는 미세하게 각진 형태를 갖추고 있어 피부에 쌓여 있는 각질과 셀룰라이트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준다. 세안이나 입욕 시 원두 찌꺼기를 넣고 마사지하듯 살살 문질러 주면 된다.

▶광택제, 녹 방지= 원두에는 특유의 기름 성분이 있다. 원두 찌꺼기를 헝겊에 싼 후 마루나 가구에 문질러 주면 이 기름 성분으로 살짝 광택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커피색·갈색 가구에 생긴 생활 흠집은 원두 찌꺼기를 진하게 우려낸 뒤 솜으로 가구를 살살 묻혀 주면 흠집을 어느 정도 감출 수 있다. 더불어 칼이나 바늘 등 녹이 슬 수 있는 곳을 문질러 주거나 함께 담아두면 더 오랫동안 녹 없이 사용 할 수 있다.

◇산업 속 커피 찌꺼기 활용

▶톱밥 대체재= 소들이 생활하는 축사에서는 바닥에 보통 수분 조절제인 왕겨나 톱밥을 깔고 분뇨와 섞이게 해서 친환경 퇴비로 활용한다. 그런데 이때 짚이나 톱밥 대신 커피 찌꺼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습도 조절 효과가 뛰어난 커피 찌꺼기를 사용하면 톱밥 비용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어 축산 농가에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 역시 줄여주기 때문에 주변 환경도 더욱 쾌적하게 만들 수 있다.

▶반려묘 펠릿= 고양이가 사용하는 모래는 발바닥을 건조하게 하거나 안구질환 유발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먼지가 날려서 집안 쾌적도를 떨어뜨린다. 커피 찌꺼기를 이용해 만든 커피 펠릿(기계로 압착해 성형한 사료나 제품)은 이런 단점들을 크게 완화해준다. 모래보다 큰 입자로 고양이 건강에도 보다 좋고 기존 모래와 섞어 사용하기 때문에 배변 냄새로부터 좀 더 자유롭다. 

▶건축자재 재사용= 커피 찌꺼기를 이용해 자연스러운 대리석의 질감을 내면서 동시에 은은한 커피 향을 내는 인조 대리석 제조도 가능하다. 더불어 등산로나 자전거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데크는 일반적으로 합성 목재로 만들어지는데 이때 목재 대신 커피 찌꺼기를 이용하면 비용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나무를 베는 일도 줄어들게 된다. 

▶의류 제작= 이미 커피 찌꺼기와 플라스틱을 잘게 잘라 섬유로 뽑아 만들어 후드 티셔츠(모자가 달린 티셔츠)로 제작한 의류업체가 있으며, 커피 찌꺼기에서 나노 입자를 추출해 티셔츠를 만들기도 했다. 전통 천연 염색에도 활용할 수 있다. 나주천연염색재단은 이 염색기술을 개발해 의류와 다양한 소품을 염색하고 있다. 

커피 찌꺼기로 만든 옷들은 커피 성분으로 인해 구김이 적고 가벼우며, 냄새를 흡수하고, 땀도 빨리 마른다. 또한 자외선도 차단해 주고 피부에도 좋다. 

▶천연 퇴비= 스타벅스는 전국 1300여 개 매장에서 수거되는 커피 찌꺼기를 천연 비료로 사용하고 있다. 2015년부터 경기도와 우리 농산물 소비 촉진 및 자원 재활용을 위한 상생 협약을 맺고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한 친환경 퇴비를 지역 농가에 제공했다. 흙과 커피 찌꺼기를 9 대 1 비율로 사용하면 병충해를 방지하고 유기질 함량이 높은 천연 비료가 된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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