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나 발끝에 심한 통증 오면 혈관질환 가능성
종아리나 발끝에 심한 통증 오면 혈관질환 가능성
  • 이수연 기자
  • 승인 2020.12.18 15:02
  • 호수 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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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혈관질환의 증상과 치료

팔‧다리로 가는 동맥혈관에 지방 쌓여…종아리, 엉덩이 등 막힌 부분 통증

막힘 정도 심해지면 피 안 통해…약물‧혈관 성형술 등으로 막힌 혈관 넓혀야

[백세시대=이수연기자] 경기에 사는 오 모 씨(66)는 걸을 때 종아리의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걸 느꼈다. 평소 동네 산책을 즐기는 오 씨는 그날도 어김없이 집을 나서 뒷산을 오르다 통증 때문에 멈칫했다. 평소에도 종종 있는 일이라 다시 걸음을 재촉하려는데 이날은 움직일 때마다 종아리가 땅겨 걷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병원을 찾은 오 씨는 말초혈관질환 진단을 받았다. 

혈관은 혈액을 온몸으로 순환시키는 통로이고, 혈액은 산소, 단백질, 비타민 등 생존에 필요한 물질을 전달하고, 면역강화, 체온 조절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능을 한다. 말초혈관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몸의 말단까지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말초혈관질환은 팔, 다리로 가는 동맥혈관 내벽에 지방이 쌓여 혈류와 산소공급이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심장에서 분출된 혈액을 팔과 다리로 공급하는 말초동맥이 완전 폐쇄되거나 협착되어 생기는데, 주로 복부 대동맥 아랫쪽 다리로 통하는 동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최익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말초혈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경험하는 흔한 질환이지만, 아직 질환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은 편”이라며 “오랫동안 걷거나 오르막을 오를 때 유독 종아리나 발끝에 심한 통증이 오는 경우 말초혈관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아리 땅기고 상처 잘 낫지 않아

보통 말초혈관질환이라고 하면 양측 하지동맥질환으로 이해된다. 말초혈관질환이 심할 경우에는 발끝에 괴사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괴사 발생 1년 후에 25% 정도의 환자가 사망하고, 25%는 발을 절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익준 교수는 “관상동맥질환이나 심장질환, 뇌동맥에 문제가 있는 경우 말초혈관질환이 나타날 수 있고,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특히 당뇨가 있는 환자들은 혈당 조절이 잘 안 될수록 말초혈관질환의 위험도가 증가하게 된다. 당뇨병성 말초혈관질환은 발끝까지 혈액순환이 잘 안 돼 발끝이 저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나면서 통증이 생기고, 피부가 번들거리거나 창백해지는 증상 등이 나타나게 된다. 

하지동맥 폐색증도 대표적인 말초혈관질환으로 하지 동맥이 막혀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질환을 말한다. 초기 증상이 척추 디스크 질환과 매우 비슷해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혈관 문제를 알게 되는 환자도 많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외과 조진현 교수는 “척추디스크와 통증의 형태는 비슷하지만, 발생 양상에 차이가 있다”며 “자세와 상관없이 통증과 땅김 증상이 생기면 척추질환을 의심할 수 있고, 평소에는 괜찮다가 걸으면서 통증이 시작되면 하지동맥 폐색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하지동맥 폐색증은 다리에 통증이나 경련이 발생해도 휴식을 취하면 금방 좋아져 방심하는 일이 많다. 이를 방치하면 다리가 차가워지고, 발가락 색이 검게 변할 수 있다. 또 발에 생긴 상처가 잘 낫지 않게 된다. 혈관 막힘이 심해지면 괴사가 진행되고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 

장골동맥 폐색증도 대표적인 말초혈관 질환이다. 복부 대동맥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골반 내에 위치한 큰 동맥인 장골동맥에 혈전(피떡)이 생기면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으로 척추관협착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엉덩이 부위부터 허벅지 쪽으로 이어지는 근육에 통증이 느껴지는데, 이때 고관절과 척추 부위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장골동맥을 의심하고 살펴보는 게 좋다. 

말초혈관질환이 생기면 조금만 움직여도 둔한 느낌이나 무거움, 피로감 등이 느껴지고, 멍이나 상처가 쉽게 낫지 않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퇴동맥 시술을 통해 막힌 혈관(왼쪽)을 넓혀 오른쪽 사진과 같이 혈액 흐름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인천성모병원 제공
대퇴동맥 시술을 통해 막힌 혈관(왼쪽)을 넓혀 오른쪽 사진과 같이 혈액 흐름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인천성모병원 제공

◇약물치료와 성형술 등으로 혈관 넓혀

말초혈관질환이 발생하면 전문의가 상태를 체크하고, 불편 증상과 환자의 평소 습관 중 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체크한다. 또 전신 질환이나 과거 수술 이력, 약물 복용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 

혈관 초음파 검사,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등을 통해 혈관의 해부학적 구조 및 말초동맥질환의 위치와 심한 정도를 확인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다. CT 및 MRI로 진단이 어려울 때는 병변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혈관에 직접적으로 조영제를 주사하여 혈관의 해부학적 모습 및 병변의 정확한 위치, 양상 등을 평가하는 혈관 조영술을 시행한다. 

말초동맥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혈관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원인이 되는 질환의 선제적 치료, 혈관을 넓혀주는 약물치료, 비침습적 수술법인 혈관 성형술, 인조혈관을 이식하는 수술 등 환자의 상태에 따른 치료를 시행한다. 

혈관 성형술은 좁아진 동맥을 넓히거나 막힌 혈관을 뚫는 방법과 우회로를 만들어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주삿바늘로 혈관에 길을 내어 관을 넣고 풍선 또는 스텐트를 삽입하여 좁아진 혈관을 부풀리거나 넓히는 방법이다.

시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인조혈관을 사용하여 좁아진 혈관을 우회시키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말초혈관질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인자를 교정하는 것이다. 특히 50세 이상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1~2년마다 정기검진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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