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기고] 즐거움과 보람을 선사하는 노인일자리
[백세시대 /기고] 즐거움과 보람을 선사하는 노인일자리
  • 복진희 충남 보령 의식경로당 회장
  • 승인 2021.01.04 10:53
  • 호수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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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진희 충남 보령 의식경로당 회장
복진희 충남 보령 의식경로당 회장

지난 2017년 말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처음으로 면사무소 복지과 문을 두드렸지만 아쉽게도 탈락했다. 그러다 이듬해 ‘백세시대’ 신문을 통해 노인일자리 모집 소식을 들었다. 그때에도 신청을 하러 갔고 다행히 뽑혀서 2019년부터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필자는 3월부터 12월까지 지역 노인복지관 건너편 시민들이 운동하는 길가에 꽃길을 조성하는 일을 했다. 한 달에 열흘 정도 출근했고 매월 3일이 되면 통장에 27만원이 입금됐다.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는 날이면 아침부터 부지런히 일어나 복지관으로 향했다. 오전 8시 30분 전후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동료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눴다.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들과 잠시 나누는 대화는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주었다. 

9시가 되면 출석 체크를 한 후 그날 해야 할 일을 팀장님으로부터 간단히 설명을 들었다. 특히 팀장님은 일을 잘하려고 하기 보다는 건강을 우선적으로 챙기라고 말했다. “도로를 건널 때는 항상 차를 조심하시라”, “20분 일하고 10분 쉬시라”고 다정하게 당부했다.

반장님의 인솔을 받으며 일터로 갈 때는 호미를 들고 콧노래를 부르며 이동했다. 마치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이동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일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지시에 따라 꽃씨를 뿌리고 물을 줬다. 꽃들이 튼튼히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기쁨 역시 말로 형언할 수 없었다. 또 운동하는 사람들이 꽃을 보고 환하게 미소 짓고, 선생님을 따라 산책을 나온 유치원생들이 “예쁘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한 여름에는 꽃을 심다 잠시 쉬고 있을 때 누군가 우리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스크림을 사드시라”며 돈을 주고 간 적도 있었다. 그날 반장님이 부리나케 사온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땀을 식힌 기억은 오랫동안 두고두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아내가 늘 ‘차 조심해 운전하라’며 신신당부를 한다. 이런 걱정을 들은 것일까, 충남 도지사님 배려로 노인들에게 무료 버스표를 나눠 주셔서 버스를 타고 출근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아침 7시 15분 버스를 타려면 여간 바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출근하는 기쁨으로 나들이하는 기쁨으로 늘 재미있게 출근하곤 했다.

이런 경험 덕분에 노인일자리 사업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동네 친구들에게도 참여를 권유했다. 필자를 포함한 4명이 지난해 꽃길 가꾸기를 하게 됐는데 모두 차가 있어서 한 주씩 교대로 카풀을 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벗들과 해서 그런지 출근길이 더 즐거워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일이 중단되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일하는 보람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일이 끝난 뒤 식당에서 밥을 먹는 재미 또한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리고 2021년도에도 노인일자리 사업에 또 신청했다. 그 사이 소식을 들은 다른 친구 두 사람도 새로 신청하면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늘어났다. 올해는 앞선 두 해보다도 더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행히 정부도 이런 노인들의 마음을 아는지 매년 노인일자리를 늘려나가고 있다. 노화로 인해 질병은 피할 수 없지만 일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거기서 재미와 건강을 챙긴다면 노후에 대한 불안은 사라질 것이다. 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이러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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