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간염, 지방간 방치하면 간경변으로 진행
만성간염, 지방간 방치하면 간경변으로 진행
  • 이수연 기자
  • 승인 2021.01.04 14:07
  • 호수 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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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변증의 증상과 치

간경변은 섬유화로 간이 딱딱해지고 쪼그라드는 것… 피로증 나타나

간경변 발견 땐 술부터 끊어야… ‘간에 좋다’고 생약제 복용하는 건 위험

[백세시대=이수연기자] 강원도에 사는 김 모 어르신(77)은 정기검진을 받은 후 간경변증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 어르신은 평소 부지런한 성격으로 늘 분주하게 움직였는데, 최근 몇 달 동안 유독 피곤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 때문에 고생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몸의 피로가 쉽게 가시지 않아 병원을 찾은 김에 정기검진을 받게 된 것이다. 

간경변증은 간의 섬유화로 인해 간이 딱딱해지면서 쪼그라드는 것을 말한다. 원래 우리 간은 재생능력이 좋아 질병으로 인해 간을 절제해도 원래와 유사한 크기로 성장하며, 다른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간세포에 염증이 반복되면 정상 세포는 파괴되고 상처의 회복 과정에서 흉터 조직으로 변하는데, 이를 섬유화라고 한다. 간 섬유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간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는 “초반에는 증상이 없고 증상이 발생해도 일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것이어서 감지하기 어렵다”면서 “음주를 많이 하거나 만성간염 환자, 지방간이 심한 사람들은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간경변증은 간세포에 염증이 반복되면서 정상 세포가 파괴되고 흉터 조직으로 대체되는 간 섬유화 과정이 진행돼 발생한다. 심해지면 간 조직의 양이 줄어들어 혈액순환 등이 어렵게 된다.
간경변증은 간세포에 염증이 반복되면서 정상 세포가 파괴되고 흉터 조직으로 대체되는 간 섬유화 과정이 진행돼 발생한다. 심해지면 간 조직의 양이 줄어들어 혈액순환 등이 어렵게 된다.

◇B형 간염 바이러스나 알코올 섭취가 간 섬유화 불러

간은 신체의 ‘에너지 관리 센터’로 불린다. 우리 몸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고 외부의 해로운 물질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에서 흡수된 음식물을 적절히 변형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 여러 가지 영양소로 만들어 보관하는가 하면,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글리세린, 유산 등을 글리코겐이라는 다당류로 저장했다가 몸이 필요로 하는 물질로 가공해 온몸의 세포로 공급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또 우리 몸에서 필요한 많은 양의 단백질, 효소, 비타민이 장에서 합성될 수 있도록 담즙산을 만들고 몸의 부종을 막아주는 알부민이나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프로트롬빈을 생성해 몸을 해독한다. 

이러한 일을 담당하는 간에 염증과 치유의 과정이 반복되면 상처 회복 과정에서 정상 간세포들이 파괴되어 흉터 조직으로 대치되면서 간 조직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간에 광범위하게 흉터가 생기면 질서정연하던 간의 구조가 뒤틀려 간 조직의 혈액순환이 어렵게 되고, 생명 유지에 매우 중요한 기능의 일부를 원활히 할 수 없게 된다. 

간경변증의 원인은 과다한 알코올 섭취와 바이러스성 간염, 약물과 독소, 혈관성 자가 면역성, 대사성 질환 등이 있고, 원인 불명인 경우도 있다. 또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60~90%가 간경변증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간경변증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가 간 기능이 저하되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쇠약감, 피로, 근경련, 체중 감소가 진행되고 식욕부진이 나타나며, 때때로 구토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또 간혹 피를 토하거나 혈변을 보이고, 코피가 잘 나거나 피부에 멍이 잘 드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만성간염바이러스 보균자는 특히 조심해야

간경변증의 진단은 진찰과 혈액검사, 내시경 소견, 간 초음파검사 및 CT 검사 소견 등을 종합하여 내리게 된다. 

간경변증 치료는 위험 인자를 제거하고, 증상을 효율적으로 다스리며,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음주를 하지 말아야 한다. 알코올 중독증이 있거나 담관 폐쇄, 감염 같은 요인이 있다면, 이를 치료해 더는 간 손상이 발생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또 항히스타민제제나 칼륨제제, 이뇨제, 비타민 등을 투여할 수 있다.

간경변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만성 B형 간염과 C형 간염에 대해서는 매우 효과적인 약제들이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초기에 잘 치료하면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일단 간경변증이 진행되면 정상 간으로 완전히 회복되기가 어렵다. 그러나 원인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면 간경변증의 진행을 막아 심각한 상태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다. 

다만 민간에서 ‘간에 좋다’고 알려진 생약제 등을 섭취할 경우 병든 간에 독성 간염을 발생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또 매년 간경변증 환자 중 약 3%가 간암으로 발전하는 만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에서는 40세 이상의 간경변증 환자, 만성 B형간염 또는 C형간염 환자에게 상‧하반기 각 1회 초음파 검사를 지원하니, 이를 통해 주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이 없는 만성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도 국가에서 시행하는 검진대상에 포함된다. 

만성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간 손상이나 섬유화 과정이 없을 때부터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이 간경변증과 간암 발생을 낮추는 방법이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남순우 교수는 “간경변증의 원인이 되는 B형간염이나 C형간염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B형간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는 것이 좋고, C형간염은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을 주의해야 한다. 문신이나 피어싱 등을 주의하고 여럿이 손톱깎이나 면도기를 사용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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