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한국 국적 선박, 이란에 나포… 한·미동맹에 기반한 외교역량 총동원해 해결을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한국 국적 선박, 이란에 나포… 한·미동맹에 기반한 외교역량 총동원해 해결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1.09 13:54
  • 호수 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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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로 가던 한국 선적의 화물운반선이 걸프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외교부가 대처에 적극 나섰지만, 이란이 ‘기술적 문제’를 운운하며 ‘교섭 실무대표단’의 방문부터 비협조적이어서 조기 무사귀환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 국적 선박인 ‘한국케미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부 주바일항에서 메탄올 등을 싣고 지난 3일 출발해 4일 또는 5일쯤에 아랍에미리트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란 혁명수비대는 ‘해양 환경규제의 반복적 위반’을 이유로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에 억류중인 선원은 한국인 선원 5명을 포함해 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 국적 선원 15명 등 총 20명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이 지나갈 정도로 선박 이동이 많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양오염을 상습적으로 저질렀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외교부는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데 이어 석방 교섭을 위한 실무대표단을 이란 현지에 파견하기로 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1월 10일 이란을 방문한다.

이란은 관영 통신을 통해 환경오염을 나포의 이유로 제시했으나 이를 믿기 어렵다. 무력으로 상대국 민간 선박을 억류한 것은 외교관계 악화를 전제하지 않고는 감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선박회사인 DM쉽핑 또한 20년간 단 한 차례도 환경오염 사고를 낸 적도, 이로 인해 나포된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중으로 된 탱크에 화학물질을 싣기 때문에 환경오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이번 나포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협조하는 한국을 겨냥하고, 곧 출범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조건 없는 핵합의 복귀와 제재 해제를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농후하다. 지난 2018년 이란 핵 합의가 깨진 이후 양국 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의 핵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계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한국과 이란은 그동안 한국의 은행 두 곳에 동결된 이란 원유 수출대금 약 70억달러(약 7조7600억원)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란중앙은행 명의 계좌에 예치된 이 돈은 한국이 원유를 수입하고 지급해야 할 자금인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하면서 묶여 있는 상태다. 이란이 계속 문제 해결을 요구했는데도 한국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자, 선박 나포로 압박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케미호가 나포된 해역은 공해상으로 항행의 자유가 보장된 곳이다. 이란은 국제법을 어기며 타국 선박을 나포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미 국무부도 이날 이란 측에 케미호에 대한 억류를 즉시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완화를 얻어내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지 말라면서 강력 비판했다. 이처럼 이번 사건은 복잡한 국제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 만큼 대이란 설득 외교뿐 아니라 트럼프 정부는 물론 곧 출범할 바이든 신행정부와도 물밑 조율과 공조를 병행해야만 확실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미 CNN은 한국이 ‘중립적 희생자’라고 표현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라는 뜻이다. 이 와중에 이란은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까지 높인다고 선언했다. 미국 차기 행정부에 제재완화와 조속한 핵 합의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다. 제재에 동참하는 미 동맹국에겐 경고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국방부는 호르무즈해협에 청해부대 최영함을 급파했으며, 외교부는 최종건 차관의 이란 방문 외에 국장급 대표단을 파견했다. 정부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선원·선박이 조속히 귀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다만, 미·이란 갈등과 같은 국제분쟁에 깊이 휘말리지 않도록 신중함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굳건한 한·미동맹에 기반해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풀어나가야 한다. 사태의 조기 해결을 위해 이란의 의도와 계산을 꿰뚫는 외교력과 동맹 미국 외교 채널을 통한 압박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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