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수평적인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하며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수평적인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하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1.09 14:06
  • 호수 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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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와 서울시가 시대착오적인 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새해 첫날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집에서 콕! 핵심 방역수칙도 콕콕! 짚어드릴게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떨쳐내자는 취지로 제작한 영상에서 온 가족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집콕 댄스’를 소개했다.

그러나 반응은 싸늘했다. 연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안팎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울러 6인 가족이 춤추는 장면은 5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는 현 방역지침에 맞지 않고 집콕댄스 자체가 층간소음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의 경우 시에서 운영하는 임신·출산 정보 사이트에 임신부에게 돌봄 노동을 하고 외모를 가꾸라는 등의 내용을 실어 비판받고 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임신 주기별 정보를 제공하는 메뉴다. 임신 35주차 만삭 임신부의 행동 요령으로 ‘밑반찬 챙기기’ ‘옷 챙기기’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사이트는 “냉장고에 오래된 음식은 버리고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으로 밑반찬을 서너 가지 준비해 둡니다. 즉석 카레, 자장, 국 등의 인스턴트 음식을 몇 가지 준비해 두면 요리에 서툰 남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했다. 또 “3일 혹은 7일 정도의 입원 날짜에 맞춰 남편과 아이들이 갈아입을 속옷, 양말, 와이셔츠, 손수건, 겉옷 등을 준비해 서랍해 잘 정리해 둡니다”, “화장지, 치약, 칫솔, 비누, 세제 등의 남은 양을 체크해 남아 있는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게 합니다” 등의 당부도 실렸다. 인구절벽시대, 돌봄을 받아도 모자랄 임신부에게 되레 가족을 챙기라는 황당한 지침은 거센 비판을 받았고 결국 서울시는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이에 대해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지인은 공무원 사회 특유의 수직적인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윗선에서 제시한 의견을 부하 직원들이 무조건 따라야 하기 때문에 시대착오적인 문제점을 발견해도 수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공무원들과 여러 일을 함께하며 이러한 일을 거의 매번 겪었다고 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가 수평적인 기업문화이다. 결정권을 가진 소수의 선택이 아닌 구성원 다수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운영에 더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와 지자체를 운영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말단부터 정년퇴직을 앞둔 공무원까지 폭넓게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설계해야만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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