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2
오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
발이 저리도록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
한 발짝만 내디뎌도 낭떠러지라는 걸
나만 모르는 그 지독한 사랑이라는 놈!
갈매기 한 마리가 벼랑 끝에 서 있다. 한발 짝만 내디디면 천 길 낭떠러지인데도 발밑을 보지 않는다.
먹구름이 낀 하늘은 아무 것도 가늠할 수 없다. 저 멀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알 수 없다. 바람은 또 얼마나 세차게 불 것인가. 오지 않을 줄 아는데, 혼자 매 순간들을 견뎌야 한다는 걸 뻔히 아는데도 기다린다. 혹시 마음이 변해 다시 돌아오는 건 아닌지 온 마음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기다리는 일 이외엔 아무 것도 할 게 없다는 듯이 가장 높은 곳으로 가 기다린다. 다른 사람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그 지독한 놈을.
사랑, 그 기다림의 가장 끝에 있는 목마름의 원천.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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