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우리 곁에 있소’ 온라인 특별전, “우직한데다 악귀까지 몰아낸다니… 소, 다시 봤다”
국립민속박물관 ‘우리 곁에 있소’ 온라인 특별전, “우직한데다 악귀까지 몰아낸다니… 소, 다시 봤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1.09 15:08
  • 호수 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전시는 소가 가진 긍정적인 의미를 통해 신축년에는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은 전시장의 모습.
이번 전시는 소가 가진 긍정적인 의미를 통해 신축년에는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은 전시장의 모습.

‘듬직’, ‘편안함’, ‘고향’ 등 소의 상징과 의미 변화상 보여주는 80여점 

잡귀 막아주는 역할 했던 ‘십이지 번’, 소뿔로 만든 화각공예품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1749~1823)는 소의 급성 전염성질병인 ‘우두’를 채취해 사람에게 주입하는 방식인 우두법을 발견했다. 그는 이 우두법을 암소를 의미하는 라틴어 바카(vacca)에서 이름을 따와 천연두 예방법(vaccination, 예방접종이란 의미)이라 명명했고 백신(vaccine)도 여기서 시작된 말이다. 2021년은 흰소의 해이다. 소는 십이지(十二支)의 두 번째 동물로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僻邪)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소의 긍정적인 기운이 담긴 유물을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의미를 전달하는 전시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3월 1일까지 진행되는 ‘우리 곁에 있소’ 특별전에서는  80여 점의 자료와 영상을 바탕으로 소의 상징과 의미, 변화상을 조명한다. 단,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 휴관 중이어서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전시로 감상할 수 있다. 재개관 시기는 추후 별도 공지할 예정이다.

전시는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된다. 먼저 1부 ‘듬직하고 편안한 소’에서는 ‘십이지의 두 번째’, ‘듬직하고 편안함’, ‘깨달음을 주는 존재’, ‘고향’ 등 소의 생태학적 특징에서 비롯된 우리 관념 속 소의 상징과 의미를 보여주는 자료를 소개한다.

이중 경남 통도사 성보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십이지 번(축신)’을 눈여겨 볼만하다. 오른손에 도끼를 들고 있는 축신(소의 신)을 그린 작품으로 호방한 기상과 굳센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얼굴은 동물이고 몸은 사람인 반인반수(半人半獸)로 절의 큰 행사에서 알맞은 방향으로 걸면 잡귀를 막아줬다고 전해진다.

또 풍수지리에서는 소가 편안하게 누운 모양이나 뱃속 모양과 같은 땅은 복을 주는 명당으로 여겨졌다. 명산도가 이를 잘 보여준다. 명당의 위치와 원리를 기록한 풍수서(風水書)로 누운 소의 모습을 닮은 와우형 지형을 명당의 하나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소는 여유롭고 한적한 삶을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소 그림’과 ‘목우도’가 대표적이다. 소 그림은 산을 배경으로 소를 탄 목동이 피리를 불며 유유히 지나가는 모습을 담은 것으로 선(禪)의 수행 단계를 소와 동자에 비유한 그림인 심우도(尋牛圖)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동자가 인간 본성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목우도’ 역시 소의 등에 올라탄 목동이 한가롭게 피리 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유유자적한 삶에 대한 동경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2부 ‘아낌없이 주는 소’에서는 전통 농경사회에서 농가의 밑천이었던 소의 모습과 오늘날 일상용품의 주요 재료로 폭넓게 활용되는 변화상을 소개한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식구로 여길 만큼 소중했다. 필요한 노동력이자 운송 수단이었고, 목돈을 마련하는 비상 금고의 역할도 했다. 더구나 고기는 귀한 음식 재료였고, 뿔과 가죽은 공예품과 일상용품을 만들 때 사용됐다.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라는 옛말처럼 현대에 접어들어서도 소는 농경사회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소고기와 우유, 약품과 비누 등의 재료, 구두‧가방 등으로 인간과 함께한다. 

소뿔로 만든 ‘화각함’의 모습
소뿔로 만든 ‘화각함’의 모습

아낌없이 주는 소의 모습을 농사 도구인 ‘멍에’, 쇠고기 음식 조리법이 담긴 ‘수운잡방’(需雲雜方), 소뿔로 만든 ‘화각함’ 등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멍에는 소가 달구지나 쟁기를 끌 때 목에 거는 막대로 일(一)자형으로 곧은 것과 반달형로 굽은 것이 있다. 곧은 멍에는 두 마리의 소가 쟁기를 끌 때 쓰고, 굽은 멍에는 소 한 마리가 쟁기나 달구지를 끌 때 쓴다. 이처럼 멍에는 예전 농사를 지을 때 소가 얼마나 긴요하고 보물같은 존재였는지 명확히 알려주는 상징적인 도구다.

화각공예품도 눈길을 끈다. 화각은 소의 뿔을 종이처럼 얇게 잘라 그위에 단청 안료로 그림을 그리고, 이를 나무에 붙여 장식하는 공예기법이다. 작은 화각함을 장식하기 위해서 여러 개의 쇠뿔이 필요했을 정도로 정성이 많이 들어갔다. 

이와 함께 전시장에는 ‘소띠 해에 일어난 일’, ‘소와 관련된 속담과 속신’ 등 소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소개한다.

윤성용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소는 늘 우직하고 성실하며 충직한 모습으로 우리 곁을 지켜왔다”며 “‘소처럼 우직한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자세야말로 신종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이 시기를 극복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