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이웃을 무시하는 ‘층간소음’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이웃을 무시하는 ‘층간소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1.15 13:42
  • 호수 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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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새벽에 쿵쿵 소리가 나서 분을 참지 못하고 천장을 주먹으로 계속 쳤다.”

한 달 전 친구가 상처 난 손등 사진을 찍어 보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출퇴근을 편하게 하기 위해 회사 근처 다가구 주택으로 이사했는데 윗집 사는 사람이 매일 밤마다 운동을 하는지 참기 힘든 수준의 층간소음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낮에 시끄러운 건 참겠는데 자려고 할 때마다 발생하는 소음에 친구는 수면장애까지 시달리고 있었다. 결국 건물을 관리하는 부동산 중개인에게 수차례 항의했고 중개인은 “다음 봄에는 내보낼 것”이라며 친구를 달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소음에 참다 못한 친구는 ‘층간소음 보복 스피커’ 구매도 고려했다. 기다란 막대 끝에 스피커를 달아놓은 제품으로 아랫집에서 윗집에 ‘소음’으로 복수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 제품과 세트로 거론되는 음악이 있다. 고 황병기 명인의 가야금 연주곡 ‘미궁’이다. 가야금 연주와 여성의 기괴한 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음악으로 모르고 들으면 마치 정신 나간 여자의 곡소리처럼 들려 섬찟한 느낌을 준다.  

제품의 성능은 중고물품을 전문으로 거래하는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을 검색하면 “몇 달간 달래도 보고 화도 내고 빌어도 보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해결되지 않았던 층간소음 문제가 이 스피커를 사용한 지 3일 만에 해결됐네요”식의 글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친구는 이러한 비상식적이고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윗집 이웃을 만나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고 현재는 원만히 해결을 본 상태이다. 

최근 유명 개그맨 A와 B씨가 층간소음 가해자로 지목돼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A씨의 경우 그의 아내가 즉각 사과했지만 B씨는 아랫집 사람이 이상하다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층간소음은 아이들이 뛰어놀거나 성인이 발꿈치로 땅바닥을 쿵쿵 찧으면서 걷는 습관이 있거나 아니면 실내에서 거친 운동을 할 경우 주로 발생한다. 즉, 아랫집에 대한 배려 없는 행동을 할 때 나타난다. 항의를 듣고 개선하면 상관없지만 “내 집에서 내가 자유롭게 살겠다는데 왜 참견이냐”는 식으로 배려 대신 무시로 일관하는 이들도 많다. 이로 인해 갈등의 골이 깊어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아파트는 세대별로 주인이 있다. 윗집, 아랫집, 옆집에 최대한 층간소음의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 맞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단독주택으로 가거나 1층에 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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