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의사 데이비드 재럿은 “미래학자들은 인간의 수명이 150세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런 날은 결코 오지 않는다”며 “대부분 70대나 80대에 이를 때쯤이면 죽음이 우리 바로 곁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노인병학, 뇌졸중 분야의 전문 컨설턴트로 30여년 일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윌북)에서 “우리는 왜 나이 드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다음과 같이 풀어가고 있다.
나이 드는 것은 인간이 겪는 거의 모든 질병 중에서 가장 큰 위험인자다. 대다수 질병의 발병률은 나이와 함께 대개는 수직적으로 증가한다. 간단한 수학으로 그 필요성을 알아낸 ‘곰퍼스 곡선’이란 것이 있다. 성적으로 성숙기에 접어든 동물들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한 19세기 영국의 보험통계사 벤자민 곰퍼스의 이름을 붙인 곡선이다.
노인학자 레너드 헤이플릭은 인간 생명의 한계 설정값을 발견했다. 인간의 세포가 배양조직에서 자라는 것을 관찰한 결과 특정한 횟수의 분열이 끝나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다시 분열하지 못하며 배양 조직은 죽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인간의 몸에서 이 현상은 세포가 50여 차례 분열된 뒤에 일어난다. 바로 한계 설정값을 말하는 것이고 학자의 이름을 따 ‘헤이플릭 분열한계’라고 명명했다.
열량 부족이 헤이플릭 분열한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몇몇 생물학적 증거가 있다. 1930년대 이후 심각한 열량부족에 시달린 쥐들의 수명이 50%까지 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이렇게 덜 먹는 생활 방식을 채택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더 오래 살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그들에게 삶은 더 길게 느껴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물은 손상된다. 연식이 오래된 자동차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DNA는 이온화 방사선에 의해 손상돼 고칠 수가 없다. 이온화 방사선이란 물질을 통과할 때 이온화를 일으켜 영향을 미치는 방사선으로 ‘전리 방사선’이라고도 한다. 이 DNA에 의해 아밀로이드 단백 같은 비정상적이거나 쓸모없는 단백질이 생성된다. 이런 단백질이 장기를 막을 수도 있다.
모든 생물에 필수적인 산소도 불리한 면이 있다. 바로 활성산소로 인체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반작용의 부산물이고 이온화 방사선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 활성산소를 소탕하는 효소는 나이와 함께 약해지기 시작하고 이 때문에 활성산소가 증가해 손상이 더 심각해진다.
좁아진 혈관은 혈류의 흐름과 산소공급을 감소시켜 장기의 기능을 망가뜨린다. 영양에 굶주린 고도로 분화된 세포는 영양분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 반흔조직으로 바뀐다.
우리의 중추신경계에 있는 축삭(신경섬유)의 길이는 10년에 10%씩 손상된다. 나이가 들면서 뇌가 차지하는 부분은 줄어들고 물이 더 많이 보이는데 이는 20대 중반부터 뇌의 부피가 매년 0.5%씩 줄어들기 때문이다.
노화는 보편적인 현상이므로 어떤 질병이 우리를 괴롭힐 것인지, 괴롭히지 않을 것인지 상관없이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큰 타격을 입힌다. 결론을 말하자면 ‘젊음의 묘약’은 없으며 노화방지크림은 투명인간크림의 효과와 같다. 노인학자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조이 오브 섹스’의 저자 알렉스 컴포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유기체는 항상성(일정한 내적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이 손상되고 이 때문에 취약성이 증가하며 생존 능력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인간은 비슷한 시간대에 죽고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더 이상 ‘인간 수명 150세’ 같은 환상에 가까운 기대는 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