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특별기고] 코로나 완치 후 ‘죽다’ / 정문영
[백세시대 / 특별기고] 코로나 완치 후 ‘죽다’ / 정문영
  • 정문영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경외과 교수
  • 승인 2021.01.15 13:58
  • 호수 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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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 후 잘 극복해 신체기능은 완전 회복

문제는 사회적 배척… 직장 등에서 따돌림 당해 ‘충격’

정문영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경외과 교수
정문영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경외과 교수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래서 코로나19는 2020년을 절대로 잊지 못할 한 해로 만들었다. 우스갯소리로 십수 년이 지난 후, 젊은 세대들에게 “야, 나 때는 말이야,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도 하고 밥도 먹고 그랬어”라고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산재보험 심사를 하다가 코로나19에 걸렸던 환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 환자는 코로나19를 잘 극복하여 신체적 기능에는 다른 문제가 없으나, 코로나에 걸린 후 일련의 경험들로 인해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그 환자는 친구들과 사회로부터 배척당했고, 타인들에게 벌레 취급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정작 환자는 질병의 피해자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환자를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범죄자 취급’을 했다. 사람들은 그 환자 뒤에서 수군거렸으며, 모임에서 쫓아냈다. 그 환자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코로나 환자였다는 사실을 숨기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 환자는 만성 통증, 불안, 공포, 우울 등의 증상들을 호소했다. 필자는 신경외과 의사이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이 구조적으로 신경학적 문제가 있는지 살펴봤으나, 문제가 없었다. 통증이 신경병성 통증의 양상인지도 살펴보았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즉, 이 환자는 사회로부터 받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하여 마음의 병이 생긴 것이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으며, 회사는 물론 모든 형태의 사회활동으로부터 단절된 상태였다.

필자에게는 미국에 사는 친구가 있다. 어느 날 친구가 자신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아내가 열이 나서 같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이 나와 가족 전체가 집 안에 격리됐다. 병원에서 먹는 약을 2주치 처방받아 자가 격리 후, 큰 문제없이 완치되었다. 친구는 미각을 잃었으나 2주 뒤에 다시 돌아왔고, 요즘은 평소대로 열심히 외부활동을 하고 있다. 회사도 3주 정도 출근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다시 잘 다니고 있다. 

서두에서 얘기했듯이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동물이다. 자신이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확인받으려 한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심한 자기비하에 빠지게 된다. 단지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사실로 인해 벌레 취급, 범죄자 취급을 받은 사람의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나는 상상하기가 힘들다.

미디어에서는 코로나19에 걸린 후 무증상으로 회복되더라도 평생 후유증으로 고생하게 될 것이라는 암시를 끊임없이 주고 있다. 신체적으로 코로나19를 잘 극복했으나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후유증에 시달린 그 환자가 바로 그런 경우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남긴 후유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환자를 혐오함으로써 남겨진 후유증이었다. 

결국 그 환자는 코로나19로부터는 완치되었으나, 사회적으로는 죽임을 당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의 독성보다, 코로나19 환자를 향한 우리 마음속 독성이 더 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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