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현 경기 고양시일산동구지회장 “88세 중앙회 감사·연합회 선관위원장도…성취감 있는 삶에 보람”
정순현 경기 고양시일산동구지회장 “88세 중앙회 감사·연합회 선관위원장도…성취감 있는 삶에 보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1.22 13:20
  • 호수 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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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건강 유지에 필요한 노인일자리 크게 확대… “큰 성과”

30여년 군 생활… 선진지견학도 안보교육으로·태극기 보급도

[백세시대=오현주기자] “3선의 출구를 열어주자는 것은 이해하지만 세 번 회장하는 건 개인적으론 반대다.”

1월 19일, 경기도 일산 주엽역 부근 일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정순현 대한노인회 경기 고양시일산동구지회장의 말이다. 정 지회장은 88세로 2019년 1월에 재임했다. 

최근 노인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각급 회장 3선 허용’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묻자 “70대 회장이라면 몰라도 80대 회장인 경우 세 번하면 90을 넘긴다는 얘긴데 그건 아니지 않나”라며 이같이 대답한 것이다. 

정 지회장은 대한노인회 각급 회장 가운데 상위 고령층에 속하지만 여전히 건강하고 사무실에 매일 출근해 노인복지 증진과 권익신장을 위해 의욕적으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노인회 경기연합회 선거관리위원장이자 대한노인회 중앙회 감사로 있다. 정순현 지회장에게 재임의 업적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코로나 방역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지회가 노인종합복지관 내에 있다. 복지관 전체가 운영을 안 한 채 한쪽 통로만 개방해 사무실 출입을 하고 있다. 회원 중에는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경로당 주변 청소와 방역은 구청과 경로당 회장, 급식도우미들이 협조해서 하고 있다. 그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재임이다. 그간의 성과라면.

“지회에 와보니 자문위원회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더라. 지회 운영에 도움이 안 된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바로 해체하고 제가 그 역할을 떠맡았다.”

-자문위원 역할을 했다고. 

“제가 경로당 회장 9개월 하면서 정기예금 1000만원, 현금 700만원을 만들어놓고 나왔다. 아마 경로당 사상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다. 또 인천방송 사장으로 재직할 때 모금을 한 적이 있는데 남동구 등 공장이 밀집한 지역을 한 바퀴 돌면 2억원이 걷히기도 했다.”  

정 지회장은 홈플러스 등 지역의 사업체 장들과 접촉해 노인회 지원을 요청한 결과 국회의원과 방송국에서 각각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지원 받을 수 있었다. 

정 지회장은 “심지어 부동산중개업소도 찾아가 협조를 구했다”며 “그처럼 어렵게 지원 받은 운영비를 지난 6년간 단돈 10만원도 내 마음대로 쓰지 않았고 철저히 사업계획에 의해 이사회 승인을 받아 집행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적이라면. 

“노인일자리이다. 2015년 취임 당시 일자리가 348개였다. 지금은 596개이다. 시에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일자리 달라고 거듭 요청을 했고 직원들도 헌신적으로 일해서 달성한 값진 성과다.”

공익형의 경우 2018년 432명에서 2019년 590명으로 늘었다가 2020년 코로나 사태로 470명으로 줄었다. 시장형이 52명(2019년), 50명(2020년)으로 각각 추가됐다. 올해는 공익형 6개 사업에 570명, 사회서비스형 1개 사업에 26명이 참여한다. 사회서비스형은 어린이집 간식도우미를 말한다. 

-노인일자리는 정말 중요하다.

“일자리는 곧 건강과 직결된다. 제가 늘 강조하는 말이 ‘하루에 500보라도 걷자’는 것이다. 걸으면 건강해진다. 제 경우를 보더라도 2,3일만 걷지 않아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일자리 참여자들이 여기 와서 교육도 받고 현장에서 일도 하면 건강을 잃지 않는다.”

정순현 고양시일산동구지회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앞줄 왼쪽 두 번째가 박용만 사무국장.
정순현 고양시일산동구지회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앞줄 왼쪽 두 번째가 박용만 사무국장.

정 지회장은 “눈에 보이는 업적보다도 중요한 건 정신교육”이라며 “불시에 경로당을 방문해 인원 파악, 급식 상태 등을 확인하고 교육도 한다”고 말했다.

-예고 없이 경로당을 찾아 교육한다고.

“군대에선 불시에 내무반을 점검하고 그러지 않는가. 제가 군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경로당도 사전에 알리지 않고 찾는다. ‘내가 늙었구나, 무얼 해야 하나…’ 그런 생각하면 더 늙는다, 늙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팡이를 짚어야 한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걸어다니는 건 정신 문제에 달렸다, 이런 내용의 얘기를 주로 들려준다.” 

그밖에도 자그마한 축구장을 그라운드골프장으로 전용, 지회 사상 처음 그라운드골프장을 갖게 된 것, 노인대학 활성화(500명), 경로당 운영비(월 60만6000원) 소폭 인상 등을 기억에 남을 만한 일로 손꼽았다. 그렇지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바로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원이다. 

정 지회장은 “경로당 회장들에게 월 5만원 활동비 지급에 대해 시장도 협조한다고 했고 시의장도 준다고 약속해 제가 회장들에게 공표까지 했지만 막상 의회에서 통과가 안 돼 아쉽고 미안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면서도 “상반기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회장들에게 분기마다 20만원의 활동비를 지회 운영비에서 지급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전체 인구는 29만9000여명, 노인인구는 3만6000여명이다. 일산동구지회는 10개 분회, 146개 경로당을 두었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6000여명이다.

정 지회장은 황해도 은율에서 고교까지 마쳤다. 6·25 때 혼자 월남해 소위 계급장을 달고 강원도 금화 등지에서 죽음을 무릎 쓰고 적을 물리쳐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예비역 대령으로 30년 군 생활을 마치고 인천방송국 대표, 인천사회복지협의회 부회장, 인천공동모금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일산코오롱레이크폴리스2차 경로당 회장을 거쳐 2015년 2월 지회장 선거에 나가 당선됐고 지난 2018년 12월에 치른 선거에서 압승했다. 

-살아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역시 피난길에서 겪은 일이다. 북한에서 지주집안 출신에다 학생 치안대로 활동한 이력 때문에 북한군에 잡히면 바로 총살이었다. 황해도 초도에서 오갈 데 없이 공포에 떨던 중 거짓말같이 미 상륙함정이 나타나 그걸 타고 남쪽으로 피난올 수 있었다.”

-군 출신답게 안보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우리는 관광버스 타고 경치 좋은데서 맛난 음식 먹고 오는 대신 강원도 오성산에 올라 제가 당시 겪었던 치열했던 전투 상황을 브리핑하기도 하고 강화도 GP(감시 초소)도 들여다보고 그런다. 통일기금 성금 모금율 100% 달성, 취임 직후 전 경로당에 태극기를 보급한 것도 그러한 안보교육의 일환이다.”

-지회장이 되기 위한 조건이라면. 

“첫째가 신체 건강이다. 지회장 자리는 여기저기 쫓아다녀야 하는 자리다. 허리 아프다, 잘 안 들린다, 잘 안 보인다는 사람을 뽑으면 안 된다. 두 번째는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제가 중앙회 감사, 연합회선관위원장도 맡아 하고 있다. 제 나이로는 보람된 일을 하고 떠난다는 소회를 갖고 있다.”

정순현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에게 노인회가 중심이 돼 노인복지관을 맡아야 한다고 강력히 건의했다”며 “하루속히 법정단체가 돼 노인회가 복지관을 운영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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