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시 32개 노선 ‘독과점’ 심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시 32개 노선 ‘독과점’ 심화
  • 이진우 기자
  • 승인 2021.01.2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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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통합 후 운항 점유율 50% 이상, 통제 방안 사전 협의 돼야”
노란색은 실제 통합 시 독과점이 예상되는 노선(기타 노선 제외, 자료=박상혁 의원실)
노란색은 실제 통합 시 독과점이 예상되는 노선(기타 노선 제외, 자료=박상혁 의원실)

[백세경제=이진우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모두 운항 중인 국제노선 중 양사 통합 후 운항 점유율이 50% 이상인 노선이 32개에 달하면서 독과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체 323개 노선 중 대한항공 또는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노선은 143개에 달했다.  

22일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143개의 국제노선 중 양사가 통합했을 때 점유율 50% 이상인 노선은 32개(22.4%)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통상 1개 사업자가 50% 이상을 점유할 경우 독과점 심화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앞서 지난달 2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인천공항 기준 양사의 여객 슬롯 점유율이 38.5%”라며 “독과점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지만 이는 시간대별 점유율일 뿐, 노선별 운항편수로 따지면 독과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노선이 상당하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이중 독과점이 우려되는 노선 중 상당수가 장거리 노선으로 드러났다. 인천발 △LA △뉴욕 △시카고 △바르셀로나 △시드니 △팔라우 △프놈펜행 등 7개 노선은 양사를 합친 점유율이 100%였고, 인천발 호놀룰루, 로마, 푸켓, 델리행은 75%를 넘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12월 22일 박상혁 의원실과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공정위가 기업 결합을 심사할 때 국내선·국제선으로 나누어 시장을 획정할 것이 아니라, 노선별로 시장획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선의 경우 노선 간 대체가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독과점이 되어 운임 상승과 소비자 편익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통합 심사 당시, 통합 후 50% 이상 독과점이 예상되는 청주-타이페이 노선에 대해서는 별도의 경쟁제한성 판단을 한 바 있다.

박상혁 의원은 “통합 대형항공사 독과점여부는 슬롯점유율 뿐만 아니라 노선별 점유율, 황금시간대 점유율 등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해야 한다”면서 “관련 부처들이 이와 같은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대비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기의 항공산업을 살리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자금 등 지원이 대폭 이루어지는 만큼 항공산업 전망과 국민편익이 면밀하게 검토돼야 한다”면서 “사회적 책임성을 충분히 갖지 않을 경우 제재 및 통제 방안이 사전에 협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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