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된 강원 철원 시골 할머니들 첫 전시
화가가 된 강원 철원 시골 할머니들 첫 전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1.22 14:55
  • 호수 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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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붓 잡았는데 놀라운 표현…파주 헤이리갤러리움서 31일까지

강원 철원 여성 어르신들의 그림과 글 66점이 1월 20일부터 31일까지 12일 동안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갤러리움에서 ‘화지마을 이야기꽃’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된다.

지난해 말 강원 철원군 화지리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에서 시골 할머니 6명과 그림 교실을 연 배미정 작가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어르신들의 표현력에 감탄했다. 첫 수업 때는 태어나서 처음 접한 붓과 물감을 어색해하던 할머니들이었지만, 한 달 가량 지나자 거침없는 붓질과 과감한 색 표현으로 배 작가의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농한기인 올겨울 글짓기와 그림 그리기 수업에 참여했다. 평균나이 67세의 여성 어르신들은 평생 고된 삶을 사느라 자기 자신을 오롯이 돌아볼 기회를 얻기 힘들었다.

글짓기 시간에는 인생을 곱씹으며 오열하기도 했다. 눈물을 닦은 할머니들은 붓을 들자 즐겁게 손을 움직였다. 배 작가는 첫 수업에서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 자신의 마음을 패턴으로 표현할 것을 권했다.

할머니들은 생소한 도구들로 거침없이 도화지를 채워나갔다. 표현에 자신감이 붙은 이들은 자신이 아끼는 꽃밭, 가족, 일상 등을 자유롭게 그려냈다. 난생처음으로 자신을 표현한 할머니들은 매주 놀라운 그림을 쏟아냈고 배 작가는 감탄했다. 배움의 틀에 갇히지 않고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하지만 그 속에 통찰을 담아내는 표현이었다.

배 작가는 할머니의 작품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고 이는 많은 이의 관심을 이끌었다. 이들 중 한 명은 많은 사람이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전시회를 열어볼 것을 권했다.

전시를 기획한 배미정 작가는 “교육으로 얽매이지 않은 할머니들의 표현이 용감하고 자유롭다”며 “편견 없이 신선하게 그린 작품 속에서 연륜 쌓인 통찰까지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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