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코로나보다 뜨거웠던 추·윤 갈등 復棋(복기)
[백세시대 / 세상읽기] 코로나보다 뜨거웠던 추·윤 갈등 復棋(복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1.29 14:18
  • 호수 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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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관심의 열기가 뜨거웠던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맞짱 뜨기’가 끝나자 세상이 다 조용해졌다. 추 장관은 자화자찬의 이임사를 마지막으로 물러났고 윤 총장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호감도 퇴색해져 간다. 두 사람의 기 싸움이 절정에 달할 즈음 윤 총장은 차기 대권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추 전 장관이 당·정·청 세력을 등에 업고 집요하게 윤 총장을 고립·무력화시키려고 하자 사람들은 약자(?)인 윤 총장을 두둔하기까지 했다. 그간 추 전 장관이 보여온 정치·인간적 행보에 비춰볼 때 그 같은 무리수가 납득이 안 간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았다. 

추 전 장관의 반이성·비합리적 권력남용의 배경에 과연 어떤 정당성이 있었던 것일까. 최근 추 전 장관이 자신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먼저 윤 총장 측 검사들을 변방으로 내친 전횡적 인사 부분. 추 전 장관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담당 부장을 제주로 인사 조치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에 대해 추 전 장관은 “수사 검사가 중요하다. 그러나 간부급 인사는 인사시기에 맞춰 해야 하는 것이고 안 그러면 모든 검사가 수사하고 있는데 장관은 인사를 하지 말라는 애기냐”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자신의 검찰 인사의 첫째 목적이 윤석열 사단의 해체라고 했다. 추 전 장관은 “검찰조직내의 가장 큰 문제는 ‘하나회’(군부 내 사조직)처럼 군림하면서 주목 받는 사건을 독식하고 그것을 통해 명성을 얻으면서 ‘꽃보직’을 계속 누려온 특수통 출신 이른바 윤(석열 총장)사단”이라며 “사조직화 돼 있는 윤 사단을 깨는 인사를 단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윤 총장 징계 부분. 추 전 장관은 사법사상 드물게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배제와 징계처분을 지시했다. 이 두 가지는 법원 판결에 의해 모두 무효가 돼 결과적으로 추 장관은 윤 총장과의 한판 승부에서 완패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대해 추 전 장관은 “총장 징계는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라 법적 절차 요구에 따른 장관의 책무이다. 국회에서도 요구했고 감찰에 따른 진상조사확인 절차를 거쳐 한 것이기에 그것을 회피할 수 없었다. 저의 직무유기가 될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추·윤 갈등으로 인해 검찰개혁의 명분과 순수성이 훼손됐다는 부분. 추 전 장관은 “추·윤 갈등이란 것은 검찰개혁에 반하는 반개혁 프레임이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온가족을 탈탈 턴 조국 전 법무장관의 사태를 보면서 후임 장관으로 누가 갈까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했다고 한다. 나 역시 회피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이 길을 온 것은 검찰개혁이 그만큼 어렵고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라고 응원해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법원 판결 직후 사직서를 냈다. 그는 “내가 먼저 사의를 밝히면 윤 총장도 스스로 물러설 줄 알았다”라고도 했다.

추·윤 충돌 과정에서 두 사람이 보여준 모습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이 극적인 드라마의 시작과 끝을 복기해보면 권력의 민낯과 인간의 본성, 세상사 이치를 깨닫는다. 한마디로 추 전 장관은 과유불급으로 일을 그르쳤고, 윤 총장은 초지일관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추 장관은 조급한 나머지 자꾸 헛발질을 했고 윤 총장은 수세적 위치에서도 외압에 굴하지 않고 소신을 지킨 끝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었다. 

우리 편인 줄 알았던 사람이 청와대를 향해 칼을 겨누자 ‘대리인’을 내세워 그를 제거하기 위해 벌어진 게 추·윤 갈등의 핵심이란 걸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국민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불변의 진리를 깨달았다. 그것은 어떤 일이든 순리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이다. 이 글의 일부는 경향신문 ‘추미애 장관 인터뷰’ 보도에서 인용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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