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공연계 멍들게 하는 ‘매크로 암표상’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공연계 멍들게 하는 ‘매크로 암표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2.05 13:29
  • 호수 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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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박2일’과 각종 드라마에 출연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대세’ 배우 김선호가 3월 21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얼음’에 출연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장진 감독이 연출하고 정웅인, 박철민, 박호산 등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이미 흥행이 예고된 바 있다.  

헌데 연일 매진을 기록하는 이 연극이 암표상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정가는 R석이 6만원, S석이 4만5000원이지만 김선호가 출연한 회차는 R석이 20만~30만원, S석은 10만~15만원대에 되팔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공연은 ‘선착순’으로 표를 판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기 있는 작품은 정가보다 몇 배 이상 비싸게 팔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얼음’ 외에도 뮤지컬계 톱스타인 옥주현과 조승우가 출연하는 뮤지컬 ‘위키드’와 ‘맨 오브 라만차’의 경우 정가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최대 40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배우들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표를 빨리 샀다는 이유만으로 표값보다 비싼 차익을 실현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되팔렘’이라 불리는 암표상들이 공정하게 표를 구매한 것도 아니다. 소위 '매크로'(자동입력반복)를 이용, 예매에 필요한 날짜·시간·좌석 등급·카드 결제 정보 등을 순식간에 입력하는 편법을 사용해 표를 싹쓸이하고 있다. 국회에서 지난해 12월 공연 암표 판매를 막아 공정한 공연 접근권을 보장하는 공연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실효성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문제는 공연계 뿐만 아니라 유통업계에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유명한 전자제품이 출시되면 매크로를 이용해 구매한 후 몇 배 이상 비싸게 파는 행위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필자도 최근 미국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발매한 게임기를 구매하려다 선착순에 밀려 좌절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해당 게임기가 2배 이상 비싸게 되팔리는 것을 보면서 허탈함을 느끼기도 했다. 

AI와 빅데이터가 발전하면 기술적으로 이를 차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방법이 ‘무작위 추첨’이다. 일정 시간 동안 구매 희망자를 모집한 후 복권 추첨하듯 무작위로 구매자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최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되팔이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일시에 몰려 사이트가 마비되는 문제도 줄일 수 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원래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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