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지심(惻隱之心)
겨울 끝자락 대한과 입춘 사이
미련 한 방울
차마 버리지 못하고 받아주는
저 간절한
마음 한 줄기
봄이 일어선다는 입춘(立春)을 하루 앞두고 강추위가 몰아쳤다. 바깥세상은 모두 얼어붙어 새싹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다시 움츠러들었다. 봄기운 돋듯이 한 방울씩 떨어지던 물방울도 밤사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차마 아쉬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겨울의 미련을 알아차린 것일까. 그대로 흘러가 버릴 한 방울씩을 모아 탑을 쌓아올린 간절한 마음 한 줄기가 곧게 서 있는 것 같다.
힘든 사람을, 아픈 길고양이를, 다친 짐승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 그 지극한 마음을 우리는 측은지심이라 한다. 사람에게 이 마음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봄기운 같은 이 마음이 더 많아져서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하기를.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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