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壽 & 白首 - 일제(日帝) 식민지의 추억
白壽 & 白首 - 일제(日帝) 식민지의 추억
  • 관리자
  • 승인 2006.08.2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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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대체 무슨 이유로 일본을 얕잡아 보는가?”

 

절대미각을 가진 어릴 적의 장금이가 말하듯이 한국인들은 대답한다. 

 

“글쎄요. 그렇게 보여서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세계인들은 더욱 모를 일이라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르고, 아이티 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이 일본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경제력, 과학기술, 일본이라는 국가이미지, 유엔에서의 지위 등으로 볼 때 일본에 비할 수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을 항복시킨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우산 아래에 있기 때문에 일본을 얕잡아보는가? 전혀 아니다. 우리한테는 일본을 얕잡아볼만한 오래된 뿌리가 있다. 삼국시대만 해도 우리는 일본을 앞서는 선진국이었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는 해적질을 하는 일본인들(이들을 왜구라 했다)을 물리치고 달랜 역사가 있다. 임나일본부라 하여, 고대에 한반도를 경영했었다고 날조된 역사를 내세우기도 하지만 우리 겨레가 전해준 문화를 받아들여 기반을 잡은 나라가 일본이다. 태생적으로 일본을 우습게 볼만하다.

 

그런 일본에게 우리는 공식적으로 36년 동안 지배를 받았다. 업신여기던 일본에게 지배당한 충격은 엄청났다. 그 때문에 억하심정으로 일본을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을 수도 있다.

 

이승만 전대통령은 그런 국민정서에 따라 일본인의 ‘식민지배 추억여행’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 한일국교수립을 극구 반대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역사와 국민감정과는 전혀 다른 몰지각한 사람들이 종종 사람들의 속을 뒤집어놓고 있다. 사실 한국 사람이라면, 3월이 되면 일본을 말할 때 조심한다. 하지만 마치 기회를 만난 듯이 튀어 보이려고 작심을 하고 일제식민지배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나서는 사람도 있다.

 

일본이 장점이 많은 나라인 것은 사실이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한다거나, 결점이 없이 훌륭한 일제상품을 만들어내는 능력 등은 오늘의 일본을 경제대국이 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3월에는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 작년 3월 김모씨는 “양심불량 대한민국! 독도는 일본에 돌려줘라”는 식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려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당시 일본의 시마네 현이 ‘독도의 날’을 제정하고 떠들어댄 직후였다. 

 

반일감정이 극에 달하던 시기에 보란 듯이 독도를 일본에 돌려주라고 했다는 것은 튀어 보이자는 수작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위악적인 행위가 아니라 사욕을 채우기 위해 진심으로 말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그런 생각으로 들끓었다. 가만히 있지도 않았다. 댓글을 달아 매국노라고 하기도 하고, 테러를 가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때 댓글을 단 사람들을 이 자가 최근 고소를 하여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독도를 일본에 주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하는 김모씨를 우리 법으로는 아무런 제제도 가하지 못한다. 일본의 한 잡지에서 가진 극우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와 나눈 대담에서 그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시켜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한 인터넷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의 동경도 지사인 이시하라 신타로가, “조선은 일본이 통치한 덕분에 근대화가 됐다. 조선 총독부가 세워지지 않았다면 오늘날과 같은 발전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고 하는 주장에도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독일 철학자 헤겔이 프랑스의 나폴레옹 군이 들어와 독일의 낡은 관료체제를 타파할 수 있다고 본 것처럼, 일본의 아시아 진출이 결과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근대화를 도왔다.”며, “앞으로도 일본은 아시아의 맹주로서 이 지역을 리드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렇게 막말을 해도 괜찮은가?

 

법조인들의 얘기를 들으면 이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이나 형사법에 저촉되지도 않는다.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돼 있는 것이다. 그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한껏 누리고 있다.

 

그러나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깝다는 것을 김모씨도 알기는 아는 모양이다. 테러가 두려운지, 일본인들로부터의 환대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일본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헛소리로 치부하고 잠시 귀를 씻고 눈을 감으면 그만이다. 그 정도의 헛소리는 우리 사회와 국가의 존립에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한다. 또 그가 무슨 반국가단체를 구성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일본은 우리의 우방이 아닌가.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튀어 보이려는 철없는 행동이 일본인들에게 일제 식민지 지배의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구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일본은 미국과 지나치게 가깝게 지내고 있다.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4번째 우방국으로 꼽힐 정도다. 일본총리 고이즈미 는 ‘부시의 충견’ 소리를 들을 정도로 친미정책을 취하면서 중국과 한국에 거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반대하는 신사참배를 강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도발적인 극우 인사들을 중용하고 있다. 우리 독도와 중국의 디아오위다오(釣魚島) 등의 영유권 분쟁도 불사하고 있다. 김모씨 말대로 아시아권의 맹주 자리를 노골적으로 노리고 있지나 않는가?

 

87회 3.1절을 맞아 드는 생각이다. 순국한 열사들에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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