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노인재능나눔활동… 허탈한 노인들
사라지는 노인재능나눔활동… 허탈한 노인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2.19 10:54
  • 호수 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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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자원봉사사업과 통폐합… “새 일자리 만든다지만 미지수”
노인재능나눔활동사업이 내년부터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존 참여자들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사진은 충북의 재능나눔사업 참여자들이 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
노인재능나눔활동사업이 내년부터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존 참여자들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사진은 충북의 재능나눔사업 참여자들이 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

기초연금 안 받는 어르신들 “공익형 일자리 참여기회도 없는데…”

복지부, 사회서비스형 8000개 늘려… “자원봉사 활동비도 인상 추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2018년부터 노인재능나눔활동사업에 참여 중인 노정자(70‧가명) 어르신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비대면 상담 업무를 통해 어르신들의 우울감을 덜어주며 큰 보람을 느꼈다. 올해에도 이달부터 진행된 재능나눔사업에 참여를 신청하면서 사업이 반토막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뿐만 아니라 내년도에는 아예 사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크게 실망했다. 노 어르신은 “기초연금을 받지 못해 다른 노인일자리 참여가 제한되는 것도 억울한데 재능나눔사업까지 사라져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내년도부터 노인재능나눔활동사업(이하 재능나눔사업)이 노인자원봉사 활성화사업과 통폐합되며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재능나눔활동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인일자리 현장에서는 현 정부가 공정한 사회 실현을 내세운 만큼 노인일자리 부문에서도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재능나눔사업은 대한노인회가 2013년 노인의 고독과 무위에서 오는 우울증과 자살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인 문제는 노인 스스로 해결한다’는 슬로건 아래 자체 자금 5억원을 마련해 노노케어 사업을 시작한 것이 효시다. 대한노인회 10개 지회에 각 5000만원을 지원해 노노케어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복지부 시범사업으로 확장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인일자리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재능나눔사업도 매년 성장했고, 2020년에는 3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3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노인사회활동사업으로 정착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가 노인일자리 개선기획단이 2019년 내놓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22년까지 재능나눔활동과 노인자원봉사 활성화사업을 단계적으로 통합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학계 인사들이 중심이 된 기획단은 당시 두 사업의 일부 내용이 유사하고 중복된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러한 움직임은 2021년 노인일자리 사업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올해 노인일자리 사업은 공익형 일자리 59만개 등 총 80만개로 2020년 74만개보다 6만개 이상 늘어났다. 대부분의 사업이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재능나눔사업만 3만개에서 1만5000개로 50% 감소했다.  

노인지원재단 관계자는 “복지부가 기획단 검토 결과에 대한 공청회도 열지 않았으며 주요 정책 결정 단계에 현장의 목소리(수행기관 및 위탁기관)도 반영하지 않은 채 비수행기관인 학계의 얘기에만 의존해 결정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노인의 사회활동참여 및 베이비부머 세대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미흡한 현실에서 이 사업은 꼭 필요하고 계속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내년부터 지난해 기준 3만개의 재능나눔사업 일자리가 없어지면 기초연금 수급자만 참여하는 공익형 노인일자리에 참여할 수도 없어 재능나눔사업 참여자들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또한 노인자원봉사 활성화사업은 올해 기준 팀당(한 팀 20명) 월 30만원의 활동비만 지원을 한다. 8개월간 월 10만원씩 받는 재능나눔사업 참여자들에 비하면 같은 봉사를 하면서도 지원이 크게 부족한 셈이다.  

이에 참여자들과 노인회 관계자들은 재능나눔사업이 사라지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공평하게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노인회 관계자는 “기초연금 미수급자 중에도 여러 사정으로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많은데 이들이 노인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에서도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여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연금을 수급하지 않아도 월 60시간 일하고 54만~59만4000원을 받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지난해보다 8000개 늘렸고 연령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조정했다. 또한 노인자원봉사에 대한 활동비 지원을 늘리는 방안도 심도 있게 고민 중이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폐합을 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정한 만큼 기존 재능나눔사업 참여자들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또한 민간일자리 발굴 등의 방법을 통해 기초연금을 수급하지 않는 어르신들이 보다 많은 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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