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미 하버드대 교수 “위안부는 매춘부” 주장… ‘학문의 자유’로 포장할 수 없어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미 하버드대 교수 “위안부는 매춘부” 주장… ‘학문의 자유’로 포장할 수 없어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2.1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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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prostitute)로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대학 총장 또한 “논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논문은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저술한 ‘태평양 전쟁에서 성매매 계약’ (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다. 8페이지 분량의 이 논문은 학술저널인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 이코노믹스’ (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 3월호에 실릴 예정이며, 현재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램지어 교수는 이 논문을 통해 “위안부들이 일본 매춘부 모집 업자와 스스로 계약했고, 전쟁터에서 일하는 만큼 급여를 더 많이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계약에 따라 여성들은 1~2년 일하는 조건으로 고액의 선급금을 받았고, 돈을 충분히 많이 벌면 계약 만료 전에 떠날 수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에서 끌려와 성노예 생활을 해야 했던 여성과 일본 여성을 모두 ‘매춘부’로 규정했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 정부가 여성에게 매춘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일본군이 매춘부 모집업자와 협력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면서 “군대를 따라다니는 매춘부들은 전쟁의 위험 때문에 일반 매춘부보다 돈을 더 많이 받았다”는 주장을 폈다.

마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계약을 맺고 일하면서 돈을 벌었으며, 원하면 일을 그만둘 수도 있었던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이 발표되자 재미교포와 미국 내 많은 교수들은 램지어 교수 논문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교수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글로벌 청원사이트인 ‘체인지앗오아르지’에는 96개국에서 1만6000여명이 논문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해 달라고 호소했으며, 세계 1000여명의 여성 지도자들은 램지어가 일본 주장을 답습해 역사를 왜곡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내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하버드대 출신인 마크 피터슨 미 브리검영대 명예교수는 칼럼을 통해 “램지어 교수 논문의 문제점은 피해자들이 어떻게 강제로 또는 속아서 위안부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고 변호사들만 읽을 수 있는 법적인 주제로만 국한시켰다”며 “저자는 일본이 전시에 저지른 여성 착취 범죄 상황 전반에 대해서는 논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 기업 미쓰비시가 하버드대에 조성한 엄청난 규모의 기금으로 임용됐다. 일본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냈으며 2년 전에는 일본 정부 훈장인 욱일장을 받은 바 있다.

이에 피터슨 교수는 “그는 일본 사람이 아니지만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일본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해 왔다”며 “이번에는 하버드 법대에서 나온 논문으로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며 다시 한국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하버드대 총장은 ‘학문의 자유’를 이유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로렌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대학 내에서 학문의 자유는 논쟁적인 견해를 표현하는 것을 포함한다”며 “논쟁적인 견해가 우리 사회 다수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는 위안부가 매춘부였다는 주장이 비록 불쾌감을 준다 해도, 학문의 자유 측면에서 램지어 교수 개인의 의견 표출에 개입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물론 학문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인권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 위안부는 일본이 저지른 인권유린의 희생자임이 분명하다. 학문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야만적인 인권침해가 가려져서는 안 될 일이다. 근거가 불충분한 혐오 표현이나 인종차별, 성차별적 연구는 절대 학문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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