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한국사회의 아킬레스건, 심각해지는 양극화 문제 / 서상목
[백세시대 금요칼럼] 한국사회의 아킬레스건, 심각해지는 양극화 문제 / 서상목
  •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 승인 2021.02.26 13:48
  • 호수 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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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수출산업 고용창출 효과 낮고

비정규직 비중 높아 양극화 심화

팬데믹 충격도 취약층에 집중

일자리 창출 정책에 최우선하고

노인빈곤 종합대책도 세워야

‘한강의 기적’은 고도성장 과정에서 분배도 개선되는 이른바 ‘형평 속의 성장(Growth with Equity)’으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 1960년대 시작된 한국경제 발전은 수출주도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일자리 증가와 실질임금 상승을 동시에 이룸으로써 성장과 형평을 함께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신화는 1990년대 이후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수출산업의 기술 및 자본 집약도가 높아지면서 수출의 증가가 고용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반도체 공장을 가보면 자동화로 인해 사람 구경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분기당 순이익이 10조 원에 달해도 고용 창출 효과는 크지 않은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한국의 빈부격차를 선진국과 비교한 동국대 김낙년 교수는 2012년 현재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는 한국이 46%로 미국의 48%보다는 낮으나 일본의 41%, 프랑스의 33%보다는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한국의 수출산업은 OECD 국가 중 자본 및 기술집약도가 가장 높으나 고용창출 효과는 낮은 반면, 상대적으로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내수 부문은 중소기업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과 내수 부문 간 생산성과 성장률 격차는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비중이 증가한 것도 양극화를 부추기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의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팬데믹 위기는 한편으로는 대량실업과 기업도산을 야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자상거래 등 비대면 기업 활동의 활성화로 관련 기업의 이윤 급등을 초래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사라진 일자리는 약 22만 개로 통계청은 추정하고 있다. 특히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전년 대비 16만5000명이 줄었고, 임시 또는 일용직 근로자는 41만 명이나 감소했다. 이는 팬데믹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소규모 자영업자와 고용 취약계층에 집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시중에 공급된 막대한 유동성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상위 계층의 자산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전자상거래와 IT 또는 BT 관련 회사의 수익 역시 급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년 대비 2020년 영업이익 성장률은 삼성전자 29.6%, SK하이닉스 84.3%, 카카오 117.5%로 매우 높은 수준인 반면,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4%가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응답했다. 코로나 백신의 보급 덕택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그 양상은 소수 대기업과 대다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간 간격이 벌어지는 ‘K자형’이 되어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인의 사회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년 UN이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행복순위는 세계 141개 국가 중 57위로 중위권이고, 34개 OECD 국가 중에서는 32위로 최하위권이었다. 또한 한국의 자살률은 상당 기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특히 노인자살률은 60대의 경우 OECD 평균의 약 4배 그리고 80대는 무려 7배에 이르고 있다. 

사회적 스트레스의 증가는 우리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응답자의 95%가 “빈부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고, 응답자의 71%가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이다”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2020년 현재 0.8명대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최대 당면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양극화 해소 정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일자리 창출에 두고, 특히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중소기업과 서비스 산업 육성에 정부 차원의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둘째, 한국 사회 최대 현안인 노인 빈곤, 저출산, 그리고 자살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이의 적극적인 추진에 사회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주어져야 한다. 셋째, ‘나눔 문화’ 확대를 통한 ‘행복한국’ 만들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양극화 해소 과정에서 기업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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