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술’ 인기 힘입어 매년 성장하는 전통주, 정상회담 만찬 때 등장하는 ‘문배술’은 증류식 소주
‘홈술’ 인기 힘입어 매년 성장하는 전통주, 정상회담 만찬 때 등장하는 ‘문배술’은 증류식 소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2.26 14:38
  • 호수 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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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건배주로 쓰인 문배술.
지난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건배주로 쓰인 문배술.

거르는 방법에 따라 탁주‧약주‧소주로 분류… 전국적으로 2000여종

기름진 안주에는 막걸리, 지방‧단백질 많은 음식엔 소주가 어울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전통주 하면 대개 ‘막걸리’나 ‘안동소주’ 정도를 떠올린다. 남북정상회담 만찬주로 마셨던 ‘문배주’ 정도가 그나마 익히 아는 전통주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에 전해내려오는 전통주는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2000종이 넘는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주류시장이 큰 타격을 입는 와중에도 ‘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통주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편의점 GS25의 지난해 전통주 매출(막걸리 제외)은 전년 동기 대비 3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매달 3만9000원만 내면 2∼4병의 전통주와 1종류의 간단한 안주를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월정액을 내면 계약한 상품을 매달 제공하는 서비스)도 등장하며 전통주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크게 ‘거르는 방법’, ‘담그는 방법’, ‘발효 방법’에 따라 나뉜다. 거르는 방법에 따라서는 탁주, 약주, 소주로 분류한다. 탁주는 탁하게 빚은 술로 우리나라에서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술이다. 맑지 못하고 탁하다고 탁주·탁배기, 막 거른 술이라 ‘막걸리’, 빛깔이 희다는 이유로 백주, 집마다 담그는 술이라 의미로 가주, 농가에서는 필수적인 술이라 농주 등으로도 불린다.

인삼‧약재 추가한 약주 많이 빚어

약주는 탁주에 비해 맑은 술이며, 멥쌀이나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서 식힌 누룩과 물을 적당량 섞어 20~25℃에서 10~20일 발효시킨 다음 숙성이 돼 술이 괴기 시작하면 용수를 박아 맑은 술을 떠내 만든 것이다. 예부터 가정마다 비법이 다른데다가 인삼이나 약재 등 초근목피를 더해 빚기도 했다. 왕주‧백일주‧대추주‧연엽주‧두견주‧소곡주‧인삼주‧죽력고‧오메기술 등이 있다.

소주는 술덧(항아리나 용기 안에서 발효되고 있는 술)을 증류해 이슬처럼 받아내는 술로 노주(露酒)라고도 하고, 화주(火酒) 라고도 한다. 소주고리(술을 증류할 때 쓰는 증류기)로 증류해 알코올 도수를 높였다. 휴대가 편하고 장기 보존이 가능하며, 풍미가 좋다. 일반 양조주는 알코올 도수가 낮아서 오래 두게 되면 대개 식초가 되거나 부패하게 되는데 이런 결점을 없애기 위해 고안된 것이 증류식 소주다. 안동소주‧문배술‧옥선주‧추성주‧고소리술‧감홍로주 등이 있다.

담그는 방법에 따른 분류도 있다.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 사양주, 혼양주가 그것이다. 전통주는 쌀이나 찹쌀을 씻어 담갔다 건져 고두밥을 찌고 식으면 적당량의 누룩과 물을 넣어 버무려서 항아리에 담아 두면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10여 일이 지나 술을 얻게 된다. 이렇게 한 번 담금으로 끝마치는 술을 단양주라 한다. 단양주로는 계명주‧하일주‧동파주‧백하주‧부의주‧옥로주‧이화주 등이 있다.

덧술 과정 몇번 거치느냐 따라 달라

이양주는 술 빚는 과정에서 밑술(지에밥에 누룩을 섞어 버무린 술을 만드는 원료)을 먼저 만들고 덧술(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1차 밑술에 2차로 겹쳐 담가 덧 넣은 술밥)과정을 한 번 더 거치는 양조법이다. 죽엽주, 두강주, 청명주, 유화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삼양주는 술 빚는 과정에서 밑술을 먼저 만들고 2번의 덧술 과정을 거치는 양조법이다. 삼해주‧호산춘‧순향주‧성탄향‧삼오주‧일년주 등이 있다. 사양주는 밑술 한 번과 중 밑술 2번을 거쳐 최종 덧술을 하는 4회 담금을 하는 술로 현대에는 거의 맥이 끊어진 상태다. 

혼양주는 술을 빚는 과정 중에 적당한 시기를 택해 발효주에 증류주를 가한 다음 발효를 완성해서 알코올 도수를 높여 보관하기 편리하고 독특한 향과 맛을 얻는 양조법이다. 혼양주로는 과하주‧강하주‧녹용주‧구기주 등이 있다. 혼성주는 알코올에 향초, 당분, 약초, 초근목피 등을 첨가해 그 향기 성분이나 빛깔을 침출시켜 제조하는 술이다.

인삼주에는 삼겹살 안주 어울려

프랑스의 와인과 치즈, 일본의 사케와 초밥, 독일의 맥주와 소시지처럼 우리나라 전통주에도 궁합이 맞는 안주들이 있다.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음식과 술은 ‘감홍로주-육포’, ‘소곡주-두부전’, ‘인삼주-삼겹살’, ‘안동소주-고갈비’, ‘과하주-불고기’, ‘이강주-해물파전’이 대표적이다. 

막걸리는 맑은 술로 마시기보다 전분이 포함된 막 거른 상태로 마시기 때문에 입안에 걸쭉한 느낌이 남기 쉽다. 그래서 기름진 전 종류나 양념이 많은 안주가 잘 어울린다. 청주는 향과 맛이 막걸리에 비해 뛰어나 그 향미를 해치지 않는 생선회, 어선, 백김치 등의 담백한 안주가 잘 어울린다. 소주는 편육, 조개탕, 갈비찜, 맥적 등과 같은 알코올을 희석할 수 있는 안주나 지방질과 단백질이 풍부한 안주가 잘 맞는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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