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5] 잡초같이 끈질긴 인간의 욕망
[채근담 다시 읽기 5] 잡초같이 끈질긴 인간의 욕망
  • 백세시대
  • 승인 2021.03.05 13:47
  • 호수 7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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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같이 끈질긴 인간의 욕망

부귀를 가볍게 여긴다 해도 부귀를 낮춰 보는 마음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지 못하거나, 명분과 의리를 귀중하게 생각하는 한편 그러한 마음을 대단한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세상의 먼지를 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요, 마음속의 하찮은 욕망을 털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티끌과 욕망을 완전히 뽑아 깨끗하게 제거하지 못하면 돌은 치웠으나 그 아래 잡초가 다시 살아날까 두려워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能輕富貴, 不能輕一輕富貴之心,

능경부귀, 불능경일경부귀지심

能重名義, 又復重一重名義之念,

능중명의, 우부중일중명의지념

是事境之塵氛未掃, 而心境之芥蔕未忘

시사경지진분미소, 이심경지개대미망

此處拔除不淨, 恐石去而草復生矣

차처발제부정, 공석거이초부생의


◆만해 강의

사람들은 한 세상의 부귀는 뜬구름과 같이 가벼이 여기면서도 그 부귀를 가벼이 여기는 마음에 대해 스스로 대단한 것으로 여긴다. 또 명분과 절개를 소중하게 여긴다고 하면서, 그 명분과 절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 대해 자부한다. 이는 속세의 더러움을 모두 쓸어버리지 못했기 때문이고, 마음속의 티끌을 제거하지 못해서다. 

부귀와 영화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세상의 명예와 이익을 사양하는 청렴하고 의젓한 일이요, 명분과 절개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속세의 욕망을 떠나고자 하는 강직하고 공정한 의지이다. 

그러나 그 부귀를 가볍게 여기는 마음과 명분을 귀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항상 가슴속에 품고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면, 이는 넓고 밝은 세상을 막는 더러움과 같고, 맑고 깨끗한 마음을 막는 티끌과 같다. 그러므로 이러한 더러움을 물리치고 완전히 없애지 아니하면 그 더러움이 점점 번져서 마음을 더럽히게 된다. 

이는 동산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흙과 돌을 제거하면서도 풀뿌리는 없애지 아니하여 풀이 다시 돋아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람은 마땅히 부귀를 가볍게 여기고 그 부귀를 경시하는 마음까지 대수롭지 않게 여겨야 하며, 명분을 귀중하게 여기되 그 명분을 귀중하게 여기는 마음에 대해선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한줄 생각

도(道)는 본문의 내용과 같이 자부심조차 말끔히 씻어내는 경지이리라. 보통 사람은 도달하기 힘든 경지이겠지만, 진정성과 자연스러움은 거기에서부터 생기는 것이니 스스로를 비춰보는 거울로 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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