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적자생존
[디카시 산책] 적자생존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21.03.05 14:37
  • 호수 7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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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

어떤 것들은 숨죽이고 생존을 몸에 익히지

어떤 것들은 숨죽인 채 생존을 위해 몸을 숨기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생태계의 법칙에서 먹어야 살아갈 수 있는 목숨들은 한 끼를 위해 필사적이다. 물고기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숨을 죽인 채 때를 기다리는 몇 초 아니 몇 분이 저 백로에게는 간절한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수면 아래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순식간에 낚여 목숨을 잃어야 하는 물고기에게는 저 순간이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닌가. 물고기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건 저 백로인 셈이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물고기를 낚을 수 없는 저 백로의 목숨은 순전히 물고기에게 달려 있다. 물고기가 없다면 백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니 물고기는 백로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백로와 물고기, 누가 강자이고 누가 약자인 것인가. 서로에게 강자이면서 동시에 약자가 된다. 세상의 이치 또한 그렇다. 고용주와 근로자, 고용주는 근로자가 없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근로자 또한 고용주가 없다면 살아 갈 수 없다. 누가 강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누가 약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꼭 필요한 존재, 그러니 서로 귀하게 여겨 상생하면 얼마나 좋을까.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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