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코로나 시대의 팔순잔치
[백세시대 / 기고] 코로나 시대의 팔순잔치
  • 이철규 백세시대 명예기자
  • 승인 2021.03.19 14:12
  • 호수 7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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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백세시대 명예기자
이철규 백세시대 명예기자

코로나19 상황이 일년 넘게 지속되면서 생활 리듬에도 금이 갔다. ‘얼마 안 있으면 괜찮아지겠지’하며 정부의 권고대로 살다 보니 마스크는 피부의 일부분이 된 듯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도 하지 않게 됐다. 그러다보니 이웃과도 멀어지고 소통이 단절되니 갑갑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자녀들과도 거리감이 생겨 멀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운 생각도 든다. 

얼마 전 필자는 팔순을 맞았다. 가족들은 필자의 팔순잔치를 두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논의했다. 필자가 먼저 나서서 “때가 어느 때인데 생일잔치를 하냐”며 취소를 결정했고 소수 인원만 모여 간단히 밥을 먹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속으로는 ‘이렇게 팔순잔치를 넘기는구나’하고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세 자녀 모두 직장생활을 하니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생일 이틀 전 큰아들이 생선회와 함께 케익을 사와 팔순잔치를 열지 못한 필자를 위로해줬다. 근사하게 한 상을 차려준 것도 고마웠는데 슬그머니 용돈 봉투도 두고 갔다. 

이 소식을 들었는지 그 다음날에는 큰딸이 직접 갈비찜을 만들어 케익과 함께 전달해줬고 필자의 계좌에 용돈도 보내줬다. 그리고 생일 당일 이번엔 막내딸이 필자의 구형 휴대폰을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꿔주고 신발과 옷 등을 선물했다. 물론 이번에도 케익을 함께 챙겨줬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식에게 모두 생일케익을 선물받는, 코로나 시대의 생일잔치를 치른 것이다. 

비록 팔순잔치는 취소됐지만 자식들의 정성이 담긴 생일잔치를 치르고 나니 지나온 삶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일제강점기 태어나 광복의 기쁨도 잠시, 한국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전쟁의 상흔이 사라지기도 전에 지금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열악한 군대에 끌려가 혹독한 생활을 했다. 

제대 후 열악한 환경에서도 결혼하고 자식도 낳으면서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가족을 위해 노력했다.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든 대학에 보냈지만 넉넉하게 뒷바라지를 해주지 못한 게 늘 가슴 한켠에 짐으로 남아 있었다. 그렇게 고맙게 자라준 자식들이 이제 중년을 넘겼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버지를 위해 최고의 생일상을 선물해줬다. 

과거와 비교하면 너무나 살기 좋아진 이때 발생한 전염병은 어찌 보면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벌일지도 모른다. 조류독감, 돼지열병 등 동물들을 괴롭히는 전염병 또한 인간의 잘못일지도 모른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심이 쌓여 만들어진 전염병일 수도 있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잘 살게 됐는지 되돌아보고 이제라도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고 이웃을 신뢰하며 정부정책을 잘 따르면 머지않아 코로나19는 정복될 것이다. 그전까지는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슬기롭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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