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족한 근심
가난한 집에도 여전히 아이들이 태어난다
가난한 집이라고 그늘마저 가난한 건 아니고
눈부신 태양은 어디에나 공평하다
아무리 가난해도 희망은 가난하지 않다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여행을 마치고 섬을 떠날 때 뱃전에 집을 짓고 사는 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대나무 난간에 올망졸망 붙어 서서 구경하는 아이들 말고도 바닷물 속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는 아이들이 더 있었다. 가난하다고 해서 눈부신 햇살이 가난한 사람들을 비켜가는 건 아니다. 내리쬐는 햇살을 막아주는 그늘도 가난한 건 아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아이들과 함께 희망도 자라고 있어 가난한 집의 미래는 밝다. 아이들이 밝고,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나라는 부강한 나라다. 아무리 곪아 썩어가는 나라라도 아이들의 눈빛과 웃음소리가 지키고 있다면 그 나라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희망이고 답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풍족한 근심이 한 가득이다.
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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