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김포시 전 경로당 입식으로 전환… 어르신들 “종이접기도 의자에 앉아 하니 편해요”
충주·김포시 전 경로당 입식으로 전환… 어르신들 “종이접기도 의자에 앉아 하니 편해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3.26 11:24
  • 호수 7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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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김포시지회와 충북 충주시지회가 전 경로당을 입식경로당으로 전환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최근 입식경로당으로 조성된 경기 김포시 청송1단지 어르신들이 의자에 앉아 기뻐하는 모습.
최근 경기 김포시지회와 충북 충주시지회가 전 경로당을 입식경로당으로 전환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최근 입식경로당으로 조성된 경기 김포시 청송1단지 어르신들이 의자에 앉아 기뻐하는 모습.

김포시, 경로당별 100만원 지원… 지역 공장서 구매 지역경제에 보탬

충주시, 어르신 맞춤형 테이블‧의자 보급… 좁은 경로당은 접이식 설치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일반 식당을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꿀 때 시에서 지원해주는 것처럼 경로당도 해주는 것이 어떤가요”

이상희 충북 충주시지회장은 지난 2019년 가을 충주시청을 찾았다가 조길형 충주시장을 만나 자리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그리고 이석영 경기 김포시지회장도 2020년 신년인사차 방문한 정하영 김포시장에게 “경로당에서 의자, 테이블이 부족해 서서 방을 배회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입식 경로당으로 바꿔야 한다”라고 요청했다. 두 지회장의 간절한 요구가 통해서였을까. 건의한지 1년여 만에 두 지역의 전 경로당이 입식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대한노인회 경기 김포시지회(지회장 이석영)와 충북 충주시지회(지회장 이상희)가 잇달아 전 경로당을 입식으로 경로당 환경을 바꾸면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도 충북연합회(회장 김광홍) 등이 불용자원을 활용해 입식 경로당 조성에 노력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확산시키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김포시와 충주시의 통 큰 결단과 지원으로 입식 경로당 조성에 나서는 지자체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대부분의 경로당은 좌식 위주로 설계돼 무릎과 허리가 약해진 회원들이 큰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 경로당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80대에 이르면서 좌식 생활로 인한 어려움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안 쓰는 의자, 소파, 테이블 등을 구해 설치한 경로당도 있지만 이 역시 부족하고 대부분이 노후화돼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 경로당과 시‧구립경로당조차 예전처럼 좌식 경로당을 기본모델로 한다. 더군다나 입식으로 전환하는 식당도 늘어나고 리모델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지자체도 많지만 경로당을 입식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다.  

이러한 점에서 충주시와 김포시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두 지자체는 공통적으로 경로당별로 입식지원에 필요한 비용을 100만원씩 책정했다. 다만 조성 방법에서는 차이점이 있다. 

먼저 충주시지회는 지난해 400개 경로당을 입식으로 전환했고 나머지 150여개 경로당은 올해 안으로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다. 충주시는 일반제품이 아닌 어르신 전용 식탁과 의자를 보급했다. 노인 체형에 맞게 설계된 데다가 앉고 일어설 때 넘어지지 않도록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공간이 좁은 경로당의 경우 테이블과 의자를 접었다 펼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해 활용도를 높였다. 어르신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상희 충주시지회장은 “종이접기 같은 프로그램을 할 때 그동안 상을 펴놓고 해 힘들어 했는데 식탁 위에서 진행하니 몸이 편해져 어르신들의 집중도가 높아졌다”면서 “체조 프로그램을 할 때도 중간중간 의자에서 쉴 수 있어서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도농복합지역인 김포시지회의 경우 농촌경로당 200여개는 대부분 좌식이었고 도시 경로당 150여개 중 50여곳은 입식 경로당으로 조성돼 있었다. 이에 김포시는 지난해 100개소 전환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매년 100곳씩 전환하려고 했지만 첫해 어르신들의 높은 만족도를 보고 계획을 변경, 올해 3월 현재 전 경로당을 입식으로 바꿨다.  

지회가 일괄적으로 하지 않고 경로당별로 100만원씩 지원해 각자 사정에 맞춰 식탁과 의자를 구입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에 가구공장 등에서 제품을 구매하도록 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했던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과도 거뒀다.

이석영 김포시지회장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경로당이 문을 닫고 있는데 이 상황이 하루 빨리 종식이 돼서 어르신들이 보다 개선된 환경에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충북연합회는 2018년부터 진행해온 ‘불용자원을 활용한 경로당 입식 문화 조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회 관계자들이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어플을 활용해 무료 나눔이나 저렴한 가격으로 ‘새것 같은 중고’를 경로당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한정된 예산이어서 확산 속도는 느리지만 물품 재활용을 통해서 좌식 경로당을 입식 경로당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중이다.

매년 10~20곳씩 조성함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청주 흥덕청원구지회 강수정 경로부장은 “테이블과 의자를 들여놓을 수 있는 규모를 가진 경로당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100여곳을 입식 경로당으로 전환했다”면서 “비록 예산은 적지만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최대한 많은 경로당을 전환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남 순천시, 강원 춘천시 등도 입식 경로당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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