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 [145] 사표(師表)를 그리며
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 [145] 사표(師表)를 그리며
  • 이승현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권역별거점번역연구소 책임연구원
  • 승인 2021.03.26 13:26
  • 호수 76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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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師表)를 그리며

참된 기풍 멀리 사라지니

큰 거짓이 이에 일어나도다

골목마다 선비들 가득해도

천 리 안에 현인은 하나도 없네

(중략)

하여 나의 도를 행하려 해도

누구에게 물어볼 인연 없었어라

난초 향기 나는 군자 거처 찾아다녀 봤지만

죄다 비린내 나는 생선가게 뿐

남쪽으로 온 고을 다 돌아다니느라

청산의 봄을 아홉 번이나 흘려보냈더니

어찌 생각이나 했으랴 궁벽한 바닷가에

하늘이 맹모 같은 이웃 보내주실 줄

眞風遠告逝 (진풍원고서)

大僞斯興焉 (대위사흥언)

閭巷滿章甫 (여항만장보)

千里無一賢 (천리무일현)

(중략)

所以行己道 (소이행기도)

將向問無緣 (장향문무연)

歷訪芝蘭室 (력방지난실)

竟是鮑魚廛 (경시포어전)

南遊窮百城 (남유궁백성)

九違靑山春 (구위청산춘)

豈謂窮海曲 (기위궁해곡)

天降孟母鄰 (천강맹모린)

- 초의 의순(艸衣意恂, 1786~1865), 『일지암시고(一枝盦詩稿)』 권1 「탁옹선생께 삼가 드리다[奉呈籜翁先生]」 중에서


이 시는 조선 후기 선승(禪僧)이자 다(茶)와 시(詩)로도 명성을 떨친 초의 의순의 작품으로, 초의가 24세 무렵에 강진에 유배 온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에게 올린 것이다. 시제(詩題)의 탁옹선생이 바로 다산이다. 젊은 초의는 이 당시 유배 중인 다산을 스승으로 모시며 그로부터 유가 경전과 시를 배웠다. 초의는 당시의 혼란한 세태를 말하며 그러한 와중에 자신의 도를 행하기 위해 가르침을 받을 스승은 어디에도 없었노라고 토로한다. 마을마다 골목마다 선비라 하는 이들은 가득했으나 도를 추구하며 세상의 사표가 될 만한 현인군자는 어디에도 없고 죄다 세속적인 명예나 추구하면서 위선을 부리는, 생선가게처럼 썩은 냄새만 풍기는 부유(腐儒)들 뿐이었던 것이다. 참된 기풍이 사라지고 거악(巨惡)이 횡행하는 세상에서 도를 갈구하며 진리를 찾는 이의 발걸음은 고단하기 그지없다. 온 땅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끌어 줄 인연을 찾아 헤매지만 기약도 없다. 그러한 초의가 진정한 스승으로 받들게 된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중앙 정계에서 축출되어 머나먼 남녘 바닷가로 유배와 세상으로부터 내쳐진 다산이었던 것이다. (중략)

사표를 찾아 헤매며 전진하는 그 자리가 바로 사표이다. 때로 세상에 출현한 큰 스승이 우리를 이끌어 주기도 하거니와, 언제나 자신의 사표는 자기 안에 내재하는 법이다. 사표가 왜 없으랴. 성인과 현인이 남긴 글이 바로 사표이다. (중략)

다산은 초의를 가르치며 말했다. “물병 하나만 있다면 어딘들 샘이 없겠는가. 대지팡이 하나만 있다면 어딜 간들 길이 없겠는가.[但有一甁 何處無泉 但有一筇 何往無路]” 요컨대 사표가 보이지 않아 답답한 그 순간에 답은 나의 물병과 나의 지팡이에 있다.     

이승현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권역별거점번역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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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03-27 05:14:54
헌법(을사조약.한일병합 무효, 대일선전포고),국제법, 교과서(국사,세계사)를 기준으로, 일제강점기 잔재를 청산하고자하는 교육.종교에 관심가진 독자입니다.Royal성균관대(국사성균관자격,한국 최고대),서강대(세계사의 교황윤허반영,성대다음Royal대)는 일류.명문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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