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시청자 격분시키는 ‘조선구마사’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시청자 격분시키는 ‘조선구마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3.26 13:51
  • 호수 7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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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3월 22일부터 야심차게 선보인 판타지 사극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영 초기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킹덤’처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인데 일부 설정이 시청자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1화에서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이 가톨릭 신부 요한과 통역사 마르코를 접대하는 장면이다. 의주 근방의 명나라 국경 부근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 ‘조선의 기생집’에서 ‘조선의 왕자’가 중국전통음식인 월병과 피단(달걀이나 오리알을 삭힌 음식) 등을 대접했다. 

현재 중국이 한복을 비롯한 온갖 우리나라의 유산을 자기 것이라 우기는 상황에서 조선을 배경으로한 한국 드라마에서 이런 황당한 설정을 선보인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해당 드라마 게시판에 “조선 기생집에서 중국 음식인 월병과 피단을 왜 내놓느냐” 등의 댓글을 남기며 분노했다. 

뿔이 난 시청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조선구마사에 광고를 붙인 업체를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놀란 해당 기업들이 재빠르게 선을 긋고 광고를 빼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에 불똥이 떨어진 제작진이 중국 국경 근처이고 조선과 중국의 왕래가 많았다는 가상의 설정을 한 것이라 해명했다. 하지만 정작 기생들은 한복을 입고 있어 시청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조선의 무녀가 중국식 의상과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는 점 등도 함께 불거지면서 2화만에 방영 지속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일부 문화평론가들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며 ‘조선구마사’를 옹호하기도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드라마는 대중예술 창작물의 하나로 표현의 자유를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두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는 인간에게 자유가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이 자유에는 표현의 자유도 포함된다. 그리고 선생님과 교수님들은 여기에 한마디를 더 붙인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을 말이다. ‘표현의 자유’만 운운하는 이들은 ‘자유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가르침까지 미처 챙기지 못한 것 같다. 또한 표현의 자유가 있다면 비판의 자유도 있다. 

드라마는 대중예술이면서 동시에 ‘상품’이다. 상품은 대중에 입맛을 맞춰야 한다. 물론 구매자(시청자)의 심기를 건드려서도 안 된다. 만약 대다수 구매자가 ‘상품성’에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면 ‘표현의 자유’ 같은 변명으로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

제작진은 3월 24일 문제 장면을 전부 수정하고 한주 결방을 통해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조선구마사’는 ‘조선족구마사’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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