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838억원 드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백세시대 / 세상읽기] 838억원 드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3.26 14:05
  • 호수 7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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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제 행위 시에는 가성비부터 따진다. 음식점에서 메뉴를 정할 때도, 하다못해 시장에서 콩나물을 살 때도 가성비를 본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이다. 가성비가 나쁘면 물건이 마음에 들더라도 구매를 포기한다. 오는 4월 7일 치르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가성비가 ‘제로’에 가깝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드는 비용은 총 838억원이다. 이 중 부산의 보궐선거에 219억원이 소요된다. 부산시는 지난해 7월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궐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을 분납해도 되냐고 물었다. 쉽게 말해 시 재정이 넉넉하지 않으니 절반씩 나눠 내면 안 되겠냐는 뜻이다. 

서울·부산시장의 잔여 임기는 2022년 6월 30일까지다. 1년 남짓 남은 시장을 뽑기 위해 엄청난 거액을 낭비하는 셈이다. 당연히 선거비용은 국민혈세로 충당된다. 국민은 자신이 피땀 흘려 번 돈이 가성비 제로인 물건을 사는데 쓰이는 걸 봐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 짧은 시간에 당선자가 무슨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라는 합리적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겨우 업무 파악을 하다 임기를 마칠 게 뻔하다. 선거를 치를 만큼 작금의 경제사정도 좋은 게 아니다. 코로나 긴급재난지원 자금을 위한 추경예산 남발로 나랏빚이 급증해 국고가 거덜 날 지경이다. 소상공인 등 국민 대다수 가계는 파산 직전이다. 어느 쪽이 국가와 국민에 이익이 될지를 따지지 않은 채 법대로 선거를 치르는 건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이 공석이라고 해서 천재지변이 일어날 리가 만무하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이나 리더 유고 시 직무대행이 맡는다. 유사시를 대비하라고 만든 자리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을 직무대행 체제로 끌고 가다 임기 종료에 새 지도자를 선출하는 게 순리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또 다른 심각성도 잊혀져 있다. 그것은 민주정치의 훼손이다. 우리는 왜 이 선거를 치러야 하나.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공직자로서 제대로 처신을 잘 했다면 하지 않아도 될 선거다. 오 전 시장은 집무실에서 자신의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자인하고 지난해 4월 23일 시장 직을 물러났다. 박 시장은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논란이 됐고 2020년 7월 10일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즉 ‘함량 미달인 인물’을 추천하고 지원해 국민의 투표로 선출 받게 한 정당의 정치적 책임과 과오에 따른 결과이다. 따라서 이들이 소속된 더불어 민주당의 경우는 애초부터 이 선거에 후보를 낼 자격조차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당헌을 새로 고쳐 후보(박영선)를 냈다. 

더불어 민주당의 당헌 제96조 제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단, 전 당원 투표로 달리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새로 달아가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세운 것이다.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이 내세운 논리는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더불어 민주당 전당원투표 제안문)”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선거에서 표의 우위를 확보한다면 민주정치의 대원칙조차도 묵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권력의 주인인 국민이 후보를 잘못 공천한 정당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선거는 더 이상 ‘민주주의 의 꽃’이라고 말할 수 없다. 

가성비 ‘제로’이자 민주정치를 훼손시키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국민의 합리·이성적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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