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목일에 국화인 무궁화를 심자
[기고] 식목일에 국화인 무궁화를 심자
  • 한영복 경기 광명시
  • 승인 2021.03.26 14:08
  • 호수 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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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복 경기 광명시

이제는 공휴일이 아니어서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지만, 올해에도 어김없이 식목일이 다가오고 있다. 날씨가 풀려 마스크를 끼고 오랜만에 외출을 나왔다가 매화나무와 벚나무에 싹을 틔운 꽃송이들을 보게 됐다. 거리를 화사하게 물들이는 매화와 벚꽃을 보면서 한켠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저 자리에 우리나라의 국화인 무궁화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욱목 아욱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인 무궁화. 7~10월께 약 100일 동안 매일 새 꽃이 줄기차게 피는 꽃나무로, 이름도 ‘끝없이 핀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무궁화는 정원수로 널리 심고 있으며 울타리로도 이용된다. 옛날부터 동서양에 약용식물로 널리 알려진 무궁화는 나무껍질과 뿌리를 각종 위장병과 피부병 치료제로 써왔다. 또한 꽃봉오리는 요리에, 꽃은 꽃차의 재료로 써왔으며, 나무껍질은 고급제지를 만드는 데 이용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무궁화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중국의 ‘산해경’(山海經)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상고시대의 지리·풍속을 널리 조사해 기록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의 제9권 해외동경(海外東經)에는 “군자의 나라가 북방에 있는데… 무궁화가 아침에 피고 저녁에는 시든다”(君子之國在其北… 有薰花草 朝生募死)라는 구절이 있다. 군자국은 한반도라는 것이 밝혀졌고, 훈화초는 무궁화를 일컫는 중국의 옛 이름이다. 또 중국의 ‘고금주’(古今注)에도 “군자의 나라는 지방이 천리나 되는데 무궁화가 많더라”(君子之國 地方千里 多木槿花)라는 구절이 있다.

다만 무궁화가 어떻게 우리나라의 국화가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윤치호 등의 발의로 애국가를 만들면서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을 넣음으로써 조선의 나라꽃이 됐다는 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수립된 직후인 1949년 10월 대통령 휘장과 행정·입법·사법 3부의 휘장을 모두 무궁화로 도안해 문교부가 제정·사용했고, 1950년에는 태극기의 깃봉을 무궁화의 꽃봉오리로 제정하면서 우리나라의 국화가 됐다.

헌데 현재 무궁화는 국화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보기 힘든 꽃이 됐다. 이로 인해 진달래나 개나리를 국화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제라도 국화로서 무궁화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 특정 지역을 선정해 세계적인 무궁화 가로수를 조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궁화의 습성을 활용해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100일간 무궁화 축제를 여는 것도 좋다. 이를 실천하는 의지를 담아 올해 식목일에는 한 그루의 무궁화 나무를 심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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