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는 크게, 용어는 이해하기 쉽게… ‘고령층 친화 디지털 표준안’ 나왔다
글자는 크게, 용어는 이해하기 쉽게… ‘고령층 친화 디지털 표준안’ 나왔다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1.04.02 13:19
  • 호수 7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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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지털재단 첫 개발
너무 복잡한 기능이나 어려운 용어 등은 어르신들의 디지털 이용을 방해하는 원인이 된다. 서울디지털재단은 고령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디지털 표준안’을 내놓았다.
너무 복잡한 기능이나 어려운 용어 등은 어르신들의 디지털 이용을 방해하는 원인이 된다. 서울디지털재단은 고령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디지털 표준안’을 내놓았다.

[백세시대=조종도기자] “글자 크기는 14포인트 이상으로 크게 키우고 필기체나 흘림체 같은 복잡한 형태의 글꼴 사용은 자제돼야 한다. 영상콘텐츠의 자막은 첫 글자가 화면에서 사라지기까지 5초 이상 머무르도록 해야 한다.”

이는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앱이나 모바일 웹, 영상콘텐츠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울디지털재단이 전국 최초로 만든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 표준’에 포함된 내용이다. 디지털재단이 이런 표준을 만든 것은 노인들이 디지털 문화에서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디지털재단은 “코로나 사태 여파로 온라인‧비대면 방식은 편리함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가 익숙지 않은 고령층은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면서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볼 땐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절차, 너무 작은 글자크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진단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황 모 어르신(70)의 경우가 그렇다. 황 어르신은 코로나로 잠시 중단됐던 복지관 교육 프로그램이 재개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복지관 디지털 활용교육에서 배웠던 실력을 발휘해 온라인 신청을 하려고 스마트폰으로 복지관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작은 폰 화면 속에 여러 가지 아이콘이 너무 많아서 원하는 메뉴를 찾는 것부터 어렵고 글자도 작아서 답답했다 ‘인증번호’ 같은 단어도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가 안돼 힘들었다. 결국 황 어르신은 근처에 사는 자녀의 도움을 받은 후에야 신청을 마칠 수 있었다.

서울디지털재단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어르신 절반은 디지털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의 최우선 순위로 ‘고령층이 이용하기 편리한 환경 구축’을 꼽았다. 설문조사는 서울 거주 65~79세 3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10월에 이뤄졌다. 

어르신들은 디지털기기‧서비스 개선방안으로 ‘단순하고 알기 쉬운 화면구성’(34.3%)을 첫 번째로 꼽았다. 

이어 ‘서비스 이용절차 간소화’(26.7%), ‘주 이용 서비스 위주의 간결한 구성’(23.3%) 순으로 응답했다. 또한 모바일 웹과 앱, 영상콘텐츠에서 가장 불편하다고 느끼는 요소는 ‘용어’로 나타났다. 용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문 내용을 바탕으로 서울디지털재단은 고령층의 신체적, 인지적, 심리적 특성을 반영해 모바일 웹과 앱, 영상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10가지 준수요건을 제시했다.

모바일 웹‧앱의 고령층 친화 요건으로는 ▷글자는 크고 선명해야 ▷필수적인 요소로 구성(불필요한 요소 최소화) ▷정보 구조는 단순하고 친숙하게 ▷용어는 이해하기 쉽게 ▷시스템은 가시적으로(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이미 실행한 결과를 명확히 알 수 있게) ▷신속‧정확히 조작할 수 있게(손떨림, 시력저하로 정교한 조작이 어려우므로 조작오류가 생기지 않게 크기와 간격을 충분히 설정) 등이다.

재단은 이번에 개발한 표준안을 올해 4~8월 용산노인복지관 홈페이지에 시범‧적용하기로 했다. 이후 고령층이 많이 이용하는 서울시 주요 민원서비스로 적용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또 하반기 중으로 ‘키오스크’(화면에 손을 대 조작하는 무인단말기) 분야 표준안도 추가로 개발 완료한다.     

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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