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한 달 간 운전을 해보니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한 달 간 운전을 해보니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4.02 13:42
  • 호수 7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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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해 말 운전면허를 땄다. 평소 운전에 관심이 없어 손을 놓고 있다가 은퇴 후 전원생활을 즐기려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취득하게 됐다. 그리고 3개월간 고심 끝에 지난달 초 신차를 구매했다. 중고차보다는 관리가 쉽다는 지인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초보운전이긴 하지만 새차를 구매했다. 여러 할인을 받아 생각보다 저렴하게 구입해 만족했다.

차량이 출고된 날 겁도 없이 30킬로미터 가까이 집까지 운전한 것을 계기로 아직까지는 큰 사고 없이 운행 중이다. 또 ‘유선생’이라 불리는 유튜브의 도움을 받아 초보탈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채널을 비롯, 도로 위 사고 현장을 촬영한 블랙박스 영상을 모은 채널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운전은 결국 경험이고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노력하면 실력이 늘어난다. 문제는 필자가 주말 외에는 운행을 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실력을 늘리는 시간이 부족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 사고 영상 모음을 보며, ‘안전거리 충분히 확보하기’, ‘차선변경에 실수했으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돌아가기’, ‘앞차가 수상하게 주행하면 충분히 거리두기’ 같은 필자만의 운전 원칙을 세우고 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수많은 사고 영상을 보다 보니 공통적인 원인이 발견됐다. 대다수의 사고는 ‘내가 먼저 갈 거야’라는 이기심에서 비롯됐다. 피해 차량, 가해 차량 할 것 없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먼저 가려다 결국 사고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피해 차량이 방어운전을 했으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가 부지기수였다. 

헌데 왜 그렇게 사이드미러도 보지 않고 일단 차선을 변경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는 모르겠다. 비보호 좌회전과 올바른 우회전 방법도 모르는 사람이 넘쳐난다는 것도 놀라웠다. 심지어 적색 신호에 정지선에 멈췄다고 욕을 먹는 운전자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황당한 건 깜빡이를 켜지 않는 운전자들이다. 필자 역시 짧은 운전 기간 동안 수십대를 목격했다. 뒤에 차가 한 대도 없을 경우라면 이해되는 부분이지만 버젓이 바짝 붙어 가고 있는데도 ‘이 정도면 충분히 넘어가’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깜빡이를 켜지 않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몰상식한 운전자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상대를 배려하며 도로 위를 더불어 달리고 있다는 점에 초보운전자는 위안을 받고 있다. 나중에 어떻게 바뀔 지는 모르겠지만 한 달 간 주행해본 후 내린 결론은 이렇다. 그래도 우리나라 도로에는 정(情)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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