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 [146] 이런 봄이 다 있습니다
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 [146] 이런 봄이 다 있습니다
  • 최주영 성균관대학교 고전번역협동과정 
  • 승인 2021.04.09 13:24
  • 호수 76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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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봄이 다 있습니다

이 춘망만은 시기와 형편에 따라 어떤 이는 바라보면서 마음껏 즐기기도 하고, 

어떤 이는 바라보면서 슬퍼 눈물도 흘리며, 어떤 이는 바라보면서 노래도 하고, 

어떤 이는 바라보면서 울 수도 있다. 각각 느끼는 유에 따라 사람을 감동하게 하니 그 심서(心緖) 천만 가지 그지없네.

唯此春望(유차춘망) 隨物因勢(수물인세) 

或望而和懌(혹망이화역) 或望而悲悷(혹망이비려) 

或望而歌(혹망이가) 或望而涕(혹망이체) 各觸類以感人兮(각촉류이감인혜) 紛萬端與千緖(분만단여천서)

-이규보(李奎報, 1168~1241),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동국이상국전집(東國李相國全集)」권1 <춘망부(春望賦)>


또 봄을 빼앗겼다. 몇 년간 꽃구경 좀 할라치면 불어오는 미세먼지에 외출을 삼갔는데, 올해는 ‘집콕’하는 사이에 봄을 떠나보냈다. 오랜 만에 학교에 갔다 돌아오는 길, 피었는 줄도 몰랐는데 이미 낙화를 준비하는 꽃나무를 보고 이렇게 문득 떠나버리는 봄도 있나 싶어 허망했다. 상춘객들이 몰릴까 전국의 꽃축제 명소들이 빗장을 걸어잠갔고, 매해 몇 십만명이 모이는 여의도 벚꽃 길에는 노란 테이프가 둘러졌다. 애써 피어난 유채꽃들은 트랙터로 갈아엎었는데 그 면적이 축구장 80여개를 넘었다고 한다. (중략)

이러한 때에 이규보가 풀어낸 봄의 정경은 우리에게 큰 위안을 준다. 「춘망부(春望賦)」는 고려의 문인인 이규보가 봄을 바라보며 쓴 글이다. 작가는 높은 곳에 올라 마을에 찾아온 봄을 바라본다. 날이 따뜻해져 동식물은 씻은 듯 맑은 생명력을 뽐내고, 오가는 사람들은 정겹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그의 마음이 민망하고 답답하기만 하다며 바라본 '춘망'의 회포를 다양하게 풀어낸다. 봄은 사치스러운 화려함도 있고, 애원도 있고, 애상과 그리움도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덧붙인다. 여름은 너무 덥고, 가을은 견딜 수 없이 쓸쓸하고 겨울은 지나치게 춥지만 '춘망'만은 시기와 형편에 따라 어떤 이는 바라보며 마음껏 즐기기도 하고 어떤 이는 바라보면서 슬퍼 눈물도 흘리며 어떤 이는 바라보면서 노래하고, 어떤 이는 바라보면서 울 수도 있어서 각각 느끼는 감정에 따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니, 그 마음이 뻗어나가는 것이 천만가지가 그지없다고.

돌이켜보면 봄이 언제고 아름다웠기만 했나 싶다. 유명한 시 구절처럼,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드는' '잔인한 달'이기 때문이다. 소생하는 봄은 무기력함에 젖어 안주하려는 이들을 흔들어 깨운다. 내 삶의 속도와 무관하게 또 무심히 봄을 피워내는 자연을 보며 조금은 천천히 가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중략) 

내년 봄에도 우리는 또 다시 마스크를 끼고 서로를 그리워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조금 외롭고 조금 우울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왜 봄이 아니란 말인가. 무력하게 창가에 앉아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그 다음 봄은 더 아름답기를 기대하는 것도, 봄에는 허락된다. 이것이 이규보가 말한 봄의 미덕이다. 

최주영 성균관대학교 고전번역협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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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04-09 22:57:02
국사 성균관(성균관대)자격뒤에서 왜구서울대극복은 서강대 학구파가유일.2차대전이전 세계지배세력 서유럽.교황윤허資格작용되면 가능한현실.패전국 일본 잔재니까 주권.자격.학벌없이 100서울대,국시110브[연세대>고려대]로살고 Royal성균관대(한국최고대)나 Royal서강대(성대다음예우)위로 점프不認定.대중언론통해 자격없는힘뭉쳐 이미지창줄수준.태학.국자감(北京大),볼로냐.파리대資格.

http://blog.daum.net/macmaca/3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