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우리는
몸 안에 키우던 달 하나와
몸 밖을 떠돌던 팔 하나가
서로를 향해 차오른다면
간신히 우리는
어제의 도착을 만날 수 있다
봄이다.
두꺼운 옷으로 온 몸을 감싸고 찬바람을 피해 몸을 웅크리던 시간이 언제 이렇게 따뜻하고 화사한 시간들로 바뀌었는지도 모르게 온 천지가 다 꽃향으로, 꽃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죽은 것 같던 나뭇가지에서 저토록 화사한 꽃이 불쑥 튀어나오다니! 매년 보는 꽃이지만 매번 경이로워 감탄을 한다. 차올랐다 기우는 달처럼 저 나무도 매번 저렇게 누군가 간절하게 뻗은 손들을 잡으면서 어제와 오늘 사이에서 한껏 제 자신을 세상에 내보이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차올랐기 때문에 세상은 여전히, 그러나 간신히 이렇게나 충만하고 따뜻해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곁에는 어디선가 이렇게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스스로 빛나는 존재들이 있다. 여전히, 그러나 간신히 말이다. 그들에게 이 봄이 모든 희망이 되기를.
디카시·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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